재경일보

삼성전자 임협 운명의 6일 개막... '6억 vs 600만' 성과급 격차가 가른 노심(勞心)

이성경 기자
삼성전자 임협 운명의 6일 개막... '6억 vs 600만' 성과급 격차가 가른 노심(勞心)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도출한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 부쳐지며 최종 확정을 위한 시험대에 올랐다. 반도체와 가전 부문 간 최대 100배에 달하는 성과급 격차로 인해 내부 노노갈등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격화하고 있다. 투표 결과가 부결로 기울 경우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른 파업 위기가 재점화하며 경영 불확실성이 증폭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전격 실시하며 전 사업부의 향후 노사 관계를 결정짓는 중대 분수령을 맞이했다. 이번 투표는 27일 오전까지 이어지며 가결 여부에 따라 사측의 경영 안정성과 노조의 협상력이 재평가받게 된다. 반도체 부문과 가전 및 스마트폰 부문 사이의 유례없는 보상 격차가 노조 내부 분열의 핵심 발화점으로 부상한 상태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의 불만은 성과급 산정 방식의 형평성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가전을 담당하는 DX 부문 직원들은 600만 원 상당의 자사주만을 지급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는 실적 부진에 따른 초과이익성과급(OPI) 미지급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내부적인 상대적 박탈감을 심화시킨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내 메모리 사업부 직원들은 최대 6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반도체 특별경영성과급과 연봉의 최대 50%를 지급하는 기존 OPI가 합산된 수치다.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직군 역시 약 2억 1,000만 원의 수령이 예상되어 사업부 간 위화감이 극에 달해 있다.

이러한 격차에 반발한 DX 부문 직원들이 투표권을 확보하기 위해 특정 노조로 대거 결집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관측된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의 가입자 수는 기존 2,600여 명에서 하루 만에 1만 2,000여 명 수준으로 5배 가까이 폭증하며 세를 불렸다. 이들은 잠정합의안 부결을 목표로 조직적인 반대 표 결집에 나섰으며 이는 노조 지도부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조 간 투표권 유무를 둘러싼 법적 해석 차이는 조직 내부의 혼선을 더욱 부채질하는 양상이다.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측은 동행노조가 공동교섭단에서 탈퇴했기 때문에 이번 잠정합의안에 대한 투표권이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법적 검토 중이나 현재 확인된 바로는 동행노동조합은 공동교섭단을 종료해 투표권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히며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했다.

동행노조 측은 초기업노조의 이러한 방침이 DX 부문의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려는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초기업노조가 모든 노조의 투표권을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메일로 공유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DX 부문 조합원들의 정당한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투표 결과는 전체 조직의 통합을 저해하고 법적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현재 삼성전자 내 노조별 조합원 수는 초기업노조 7만 850명과 전국삼성전자노조 1만 9,053명 등을 포함해 총 10만 1,075명 규모다. 수치상으로는 반도체 사업부 인원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이들이 찬성표를 던질 경우 합의안 통과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동행노조를 중심으로 한 1만여 명의 반대 표가 투표 결과의 임계점을 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영계 일각에서는 이번 갈등이 단순히 임금 문제를 넘어 성과주의 원칙과 조직 내 결속 사이의 근본적 딜레마를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수익 기여도에 따른 차등 보상은 시장 경제의 기본 원칙이나 이로 인한 위화감 관리는 경영진이 해결해야 할 고도의 숙제다. 노조 내부의 주도권 싸움이 장기화할 경우 생산성 저하와 대외 신인도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번 투표 결과에 따라 향후 경영 전략과 인사 제도의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만약 투표가 부결될 경우 지난한 협상 과정이 무효로 돌아가며 노사 관계는 다시 극한의 대립 국면으로 회귀하게 된다. 이는 파업 위기의 재점화로 이어져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한 시기에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향후 투표 마감 시점까지 노노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합리적인 중재안 도출과 자정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각 사업부의 입장 차이를 조율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투표 강행은 승자 없는 상처뿐인 결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가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법치와 원칙에 기반한 선진적 노사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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