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서울 지하철 민원 80%가 '냉난방' 갈등…공사, AI 기반 선제적 온도 제어 도입

이겨례 기자
서울 지하철 민원 80%가 '냉난방' 갈등…공사, AI 기반 선제적 온도 제어 도입
©연합뉴스

 

서울 지하철 이용객의 불편 민원 중 약 80%가 냉난방 문제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교통공사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동 온도 제어 시스템을 도입하고 객실 내 위치별 온도 차이를 활용한 승객 안내를 강화하여 여름철 고질적인 냉방 갈등 해결에 나선다.

서울교통공사가 집계한 지난해 지하철 불편 민원 실태에 따르면 전체 101만 건의 민원 중 냉난방 관련 접수가 79만 건으로 전체의 78.4%를 차지했다. 특히 '덥다'는 호소는 74만 9,000여 건에 달해 대다수 승객이 여름철 냉방 효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후 변화로 인한 폭염이 심화되면서 냉난방 민원은 해마다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는 추세다.

연도별 냉난방 민원 추이를 살펴보면 지하철 온도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사항은 질적, 양적으로 모두 팽창하고 있다. 2021년 44만 6,000여 건으로 전체의 58.7% 수준이었던 냉난방 민원은 2022년 57만 건(65.3%), 2023년 88만 건(76.9%)을 거쳐 2024년에는 93만 건(80.6%)까지 치솟았다. 지난해의 경우 79만 8,000건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전체 민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열차 내 냉방 시스템은 승무원이 임의로 조작할 수 없는 환경부 고시 기준에 따라 철저하게 자동 운영된다. 현재 지하철 냉방은 여름철 24도, 겨울철 18도의 기준 온도를 유지하도록 설정되어 있으며 장치가 이를 감지해 스스로 작동하는 구조다. 승무원이 개별적인 판단으로 이른바 '파워 냉방'을 가동하거나 특정 객실의 온도를 즉각적으로 낮추는 데는 기술적 한계가 명확하다.

혼잡 시간대의 높은 밀집도는 냉방 민원을 가중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출근 시간대인 오전 7~9시와 퇴근 시간대인 오후 6~8시에 '덥다'는 민원의 72.8%가 집중되는 현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시간대에 '춥다'는 민원 역시 전체의 57.3%가 몰리며 승객 개개인의 체감 온도 차에 따른 갈등이 극명하게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공사는 이러한 갈등을 과학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이달 마지막 주부터 4호선 열차 1개를 대상으로 인공지능(AI) 활용 객실 적정 온도 제어 시스템을 시범 도입한다. 해당 시스템은 학습된 혼잡도 예측 정보를 기반으로 열차가 혼잡 구간에 진입하기 전 AI가 냉방을 선제적으로 조절하는 혁신 기술이다. 이는 올해 4월 서울시 창의 발표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효율성을 입증받았으며 향후 25개 열차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기술적 보완과 더불어 운영의 묘를 살리는 대책도 병행된다. 혼잡 시간대에 차량기지에서 출고되는 열차는 냉방 장치와 환풍기를 상시 가동하여 객실 내 쾌적도를 사전에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열차 냉방 장치의 전반적인 성능 점검을 강화하여 기계적 결함으로 인한 승객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시민들의 체감 온도를 낮추기 위한 물리적 안내 수단도 확충된다. 지난해 2호선과 8호선에 부착했던 냉난방 안내 스티커를 올해는 6호선까지 확대 부착하여 승객들에게 운영 원리를 알린다. 공식 애플리케이션인 '또타앱' 화면에는 냉난방 민원 폭주로 인해 응급환자나 범죄 등 긴급 민원 처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안내문을 게시하여 시민들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

객실 내 위치에 따른 온도 차이를 활용하는 것은 승객들이 즉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열차 객실은 냉기 흐름의 특성상 중앙부의 온도가 가장 높고 통로와 연결된 양쪽 끝부분이 가장 낮게 형성된다. 따라서 더위를 많이 느끼는 승객은 객실 양 끝으로 자리를 옮기고 추위를 느끼는 승객은 일반 객실보다 1도 높게 설정된 약냉방 객실을 이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일각에서는 공공기관의 경직된 온도 기준이 시민의 편의를 저해한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에너지 절약 정책과 환경부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하는 공사 입장에서는 임의적인 온도 하향이 법적,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기계적 중립을 지키면서도 최적의 효율을 찾아야 하는 것이 현재 지하철 냉방 정책이 직면한 과제다.

마해근 서울교통공사 영업본부장은 "열차 냉난방은 환경부 기준에 따라 자동 제어되는 시스템으로 쾌적한 이용 환경 조성을 위해 전 부서가 협업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승무원이 임의로 냉방을 조절할 수 없는 구조인 만큼 응급환자나 범죄 등 긴급 민원의 우선 처리를 위해 시민 여러분의 깊은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라고 강조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번 AI 시스템 도입과 홍보 강화를 통해 고질적인 냉방 민원 발생률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폭염이 일상화되는 기후 위기 시대에 지하철 냉방 문제는 단순한 서비스 차원을 넘어 도시 인프라 관리의 핵심 역량으로 평가받을 전망이다. 공사는 시범 운영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여 데이터 기반의 정밀한 온도 관리 체계를 완성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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