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사촌의 신뢰를 악용해 8년간 수십억 원의 곗돈을 가로챈 70대 여성이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총 60억 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이번 사건에서 사기 의도가 명백한 3억 원의 범행을 특정하여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피의자가 만기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음을 인지하고도 수금을 지속한 시점만을 범죄 구간으로 판단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웃 주민들을 상대로 거액의 곗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70대 여성 김모 씨를 지난 8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김 씨는 오랜 시간 같은 지역에 거주하며 쌓아온 유대감을 바탕으로 피해자들에게 접근하여 사적 금융 조직인 계를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당국은 김 씨가 가로챈 금액 중 사기죄의 구성 요건이 성립하는 일부 금액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피의자 김 씨는 지난 2018년부터 최근까지 "시중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쳐주겠다"는 감언이설로 이웃 주민들을 유인하여 계 모임을 결성했다. 초기에는 정상적으로 만기금을 지급하며 신뢰를 쌓았으나, 이는 더 큰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전형적인 유사수신 행위의 양상을 띠었다. 피해자들은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김 씨의 제안을 의심 없이 받아들였으며, 일부는 노후 자금 전액을 위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으로 파악된 전체 피해 규모는 약 6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어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를 입은 주민들 중 7명은 김 씨를 상대로 총 15억 원 규모의 고소장을 경찰에 접수하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경찰은 고소장에 적시된 피해 사실을 바탕으로 김 씨의 계 운영 자금 흐름과 변제 능력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경찰 수사의 핵심 쟁점은 김 씨가 처음부터 돈을 돌려줄 의사가 없었는지, 즉 '편취의 범의'가 언제 발생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었다. 수사 결과 경찰은 김 씨가 만기금을 지급할 능력이 완전히 상실된 상태에서 곗돈을 수금하기 시작한 2023년 7월 이후의 활동에 주목했다. 이 시점 이후 발생한 피해액 약 3억 원에 대해서만 사기 혐의가 인정된다는 것이 경찰의 최종 결론이다.
법리적으로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의자가 피해자를 기망하여 재산상의 이득을 취했다는 사실이 명백히 입증되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히 곗돈을 돌려주지 못한 사실만으로는 형사상 사기죄를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피의자가 변제 불능 상태임을 인지하고도 이를 숨긴 채 수금을 지속한 행위가 입증된 구간에 대해서만 기소 의견을 냈다"는 것이 수사팀의 입장이다.
경찰은 2023년 7월 이전에 수금된 건들에 대해서는 사기 의도를 증명하기 어렵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해당 기간에는 계 운영이 일정 부분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으며, 피의자가 변제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단정할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이러한 결정에 대해 전체 피해액의 극히 일부만 범죄로 인정된 점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사적 금융 거래인 계 모임의 특성상 형사 처벌의 문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계주가 운영상의 실수나 경제 상황 악화로 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 법원은 이를 단순 채무 불이행으로 보아 민사 사안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형사적 단죄를 위해서는 피의자의 주관적 의도와 객관적 재무 상태의 불일치를 정교하게 증명해야만 한다.
이번 사건은 이웃 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사적 금융 거래가 법치 질서 밖에서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제도권 금융을 벗어난 고수익 보장 약속은 대개 과도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진다.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수사는 무너진 시장 질서를 바로잡고 유사 사례 재발을 방지하는 유일한 길이다.
김 씨 측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고의적인 사취가 아니었으며, 사업 운영 과정에서의 부득이한 손실이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 측은 일부 피해 금액에 대해서는 변제 의사가 있음을 피력하며 방어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수사 기록을 검토하여 김 씨의 기소 여부와 구체적인 공소 사실을 확정할 방침이다.
향후 검찰 수사 단계에서 추가적인 사기 의도가 입증될지 여부에 따라 피해 구제의 범위가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피해자들은 민사 소송을 병행하며 김 씨의 은닉 재산을 추적하는 등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위한 법적 절차를 이어갈 계획이다. 사법 당국은 고령의 피의자라는 점과 무관하게 법치주의 원칙에 입각한 철저한 수사로 진실을 규명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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