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웨딩박람회 ‘환불 불가’ 특약은 무효… 소비자원 “14일 내 청약철회 보장해야”

정휘 기자
웨딩박람회 ‘환불 불가’ 특약은 무효… 소비자원 “14일 내 청약철회 보장해야”
©연합뉴스

 

웨딩박람회에서 체결한 예물 및 서비스 계약은 방문판매법에 따라 14일 이내에 위약금 없이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 최근 3년간 관련 분쟁이 908건으로 급증한 가운데, 한국소비자원은 업체의 ‘환불 불가’ 약관보다 법치에 근거한 소비자 보호권이 우선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웨딩박람회 현장에서 체결된 각종 계약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14일 이내에 아무런 조건 없이 취소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박람회장에서 예물 계약을 맺은 후 환불을 거절당한 소비자의 사례를 검토한 결과, 해당 업체가 수령한 계약금을 전액 돌려줘야 한다는 확정 판결에 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박람회장이 상설 영업소가 아닌 ‘사업장 외 장소’에 해당하며, 소비자가 사업자의 권유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법적 판단에 근거한다.

이번 결정은 웨딩 업계가 관행적으로 내세우는 ‘계약금 환불 불가’ 특약이 실질적으로 법적 효력을 상실했음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 사례에서 한 소비자는 박람회 현장에서 예물 계약금 10만 원을 지불했으나, 1주일 후 개인적인 사정으로 환불을 요청했다가 업체로부터 거절을 당했다. 업체 측은 계약서에 명시된 환불 불가 규정을 근거로 내세웠으나, 위원회는 해당 약관이 방문판매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기에 무효라고 선언하며 소비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방문판매법 제8조에 따르면 소비자는 계약서를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청약 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이는 강행 규정으로서 당사자 간의 합의보다 우선한다. 박람회는 일시적으로 운영되는 특수성을 지니기에 소비자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 선택을 하기 어려운 환경임을 법은 고려하고 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사업자가 계약서에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기재했더라도, 법률상 보장된 청약 철회 기간 내라면 소비자의 권리는 온전히 보호받아야 마땅하다"라고 강조했다.

결혼 관련 소비자 분쟁은 매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시장의 질서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접수된 결혼 관련 분쟁은 총 908건에 달하며, 매년 그 숫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연도별로는 2023년 141건에서 2024년 320건으로 두 배 이상 폭증했고, 2025년에는 447건에 이르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예비 부부들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박람회 현장에서 발생한 분쟁의 대다수는 소비자의 정당한 환급 요구를 묵살하거나 과도한 위약금을 부과하는 부당 행위에서 기인한다. 박람회 관련 분쟁 76건을 정밀 분석한 결과, 전체의 96.1%인 73건이 계약금 환급 거부나 과다 위약금 청구 사례로 집계되어 업계의 고질적인 악습을 드러냈다. 업체들은 단순 변심에 의한 취소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법적 철회 기간 내라면 단순 변심 역시 정당한 취소 사유로 인정된다는 것이 법조계와 당국의 일관된 입장이다.

분쟁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분야는 전체의 59.2%를 차지한 결혼준비대행서비스로 나타나 예비 부부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어 예복 및 한복 대여 서비스가 21.1%로 뒤를 이었으며, 예물 계약 관련 분쟁이 10.5%를 기록하며 주요 분쟁 항목으로 분류되었다. 이는 이른바 ‘스드메’로 불리는 패키지 상품의 복잡한 구조와 현장에서의 강압적인 계약 권유가 결합하여 소비자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 결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박람회 운영에 투입되는 막대한 대관료와 마케팅 비용을 고려할 때 무조건적인 청약 철회는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자유 시장 경제의 근간은 계약의 자유와 더불어 법치에 기반한 투명한 거래 질서 확립에 있으며, 영업 효율성을 위해 소비자의 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시장의 신뢰를 저해하는 불공정 약관은 결국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예비 부부들은 박람회 현장의 화려한 프로모션에 현혹되지 말고 계약 체결 전 약관의 세부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만약 부당한 계약 체결 후 취소를 원한다면 지체 없이 서면이나 내용증명을 발송하여 14일 이내에 청약 철회 의사를 명확히 전달해야 법적 보호망 안에서 구제를 받을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향후 웨딩 시장의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법 위반 업체에 대해서는 엄정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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