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구의역 참사 10주기에도 멈추지 않는 산재 비극…하청 노동자 사망 비중 63% 달해

이겨례 기자
구의역 참사 10주기에도 멈추지 않는 산재 비극…하청 노동자 사망 비중 63% 달해
©연합뉴스

 

구의역 스크린도어 참사 발생 10년이 지났으나 하청 노동자의 안전 문제는 여전히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계는 산업재해 사망자의 63%가 하청 노동자인 현실을 지적하며 2인 1조 작업 수칙의 법적 의무화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위험의 외주화 구조를 근절하지 못할 경우 10년 전의 비극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산업 현장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10년째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면서 노동자들의 희생이 계속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등 노동·시민단체는 22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3번 출구 앞에서 '구의역 김군' 10주기 추모제를 열고 안전한 일터를 위한 법적 강제성 확보를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2016년 발생한 참사 이후에도 현장의 위험 요소는 사라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위험의 외주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산업재해 통계는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된 위험의 불균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생명안전 시민넷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발생한 산업재해 중대 사고 사망자의 63%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4일 부산 신항 터미널 변전실에서 발생한 20대 하청 노동자의 감전 사망 사고는 10년 전 구의역 비극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시사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노동계는 현장에서 사문화된 안전 수칙을 실질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 법적 의무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박순철 생명안전 시민넷 사무처장은 "서류상의 2인 1조는 인력 부족이란 현실 앞에 무력화되기 일쑤이므로 이를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청업체에 위험 업무를 떠넘기는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지 않는 한 노동자의 생명권은 보장받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2016년 5월 28일 발생한 구의역 사고는 한국 사회의 비정규직 노동 현실과 안전 경시 풍조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다. 당시 19세였던 김군은 홀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중 승강장으로 진입하던 열차에 치여 짧은 생을 마감했다. 사고 직후 그의 가방에서 발견된 뜯지 못한 컵라면은 청년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처우와 긴박한 노동 강도를 증명하며 전 국민적인 추모 물결을 일으켰다.

정부와 정치권 인사들도 이번 추모제에 대거 참석하여 노동 환경 개선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류현철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노동자를 예견된 위험에 방치하는 일이 없도록 안전을 비용으로 치부하는 구조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와 정의당 권영국 서울시장 후보 등도 현장을 찾아 9-4 승강장에 헌화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약속했다.

하지만 노동 현장에서는 정치권의 약속이 실제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김군을 기념하는 해는 늘어나는데 그와 같이 홀로 일하다 죽는 노동자는 매일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인과 카메라가 떠난 자리에 약속은 사라지고 위험한 일터만 남는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각에서는 모든 작업 공정에 2인 1조를 법적으로 강제할 경우 중소 하청업체의 비용 부담과 인력난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경영계는 업종별 특성과 기업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규제가 오히려 산업 생태계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법적 강제성보다는 안전 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인센티브 제공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향후 노동계는 2인 1조 작업 법제화와 위험의 외주화 금지를 골자로 하는 입법 투쟁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 역시 산업안전보건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현장 감독을 강화하고 하청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 마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구의역 참사 10주기를 기점으로 노동자의 생명이 경제적 효율성보다 우선시되는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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