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도출한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사업부별로 최대 10배에 달하는 성과급 격차를 드러내며 내부의 극심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투표 시작 첫날 참여율이 66%를 상회하며 찬반 양측이 팽팽하게 결집하는 가운데, 보상 체계에서 소외된 DX 부문 직원들을 중심으로 조직적인 부결 운동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22일 오후 2시 12분을 기점으로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전격 개시했다. 이번 합의안은 평균 임금 6.2% 인상과 더불어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투표 시작 불과 6시간 만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의 투표율이 66.16%를 기록하고 2대 노조인 전삼노 역시 69.15%를 달성하며 노사 관계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대 기로에 섰음을 시사했다.
합의안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사업부별 실적에 따른 보상 불균형이 극명하게 나타나며 직원들 사이의 박탈감을 자극하고 있다. 메모리사업부 소속 직원은 특별경영성과급과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을 합산해 최대 6억 원의 성과급 수령이 가능한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스마트폰과 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실적 부진의 여파로 OPI 수령이 불투명해지면서 600만 원 상당의 자사주 지급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업부 간 보상 격차는 노조 간의 세력 재편과 심각한 내분으로 번지며 경영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성과급 산정 방식에 반발한 DX 부문 직원들은 최근 DX 중심 노조인 전삼노와 동행노조에 대거 가입하며 집단 행동에 나섰다. 실제로 동행노조 가입자 수는 하루 만에 2,600여 명에서 1만 2,300여 명으로 급증했으며, 전삼노 가입자 역시 3,000명가량 늘어나며 부결 투표를 위한 세력을 급격히 확장했다.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가 동행노조의 투표권을 전격 배제하기로 결정하면서 노노 갈등은 이제 절차적 정당성 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동행노조가 공동교섭단 지위를 상실했다는 이유로 투표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동행노조는 이를 부결표 확산을 막기 위한 전략적 배제라고 강력히 비판한다. 동행노조 측은 초기업노조가 기존에 약속했던 투표권 존중 의사를 하루 만에 번복했다며 독자적인 투표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다만 이번 합의안이 글로벌 경기 침체와 반도체 업황의 변동성 속에서도 역대 최고 수준의 임금 인상률과 파격적인 복지 혜택을 포함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팩트다. 시장 질서와 기업의 지불 능력을 고려할 때 성과가 발생한 사업부에 보상을 집중하는 차등 보상 체계는 경영 효율성과 핵심 인재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무조건적인 평등 보상이 오히려 수익성이 높은 사업부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노조 지도부는 이번 투표 결과에 자신들의 재신임을 거는 배수진을 치며 사태의 엄중함을 대내외에 공표했다. 이호석 전삼노 수원지부장은 "DX 직원들은 이번 잠정 타결안 투표에 대한 부결 운동을 정식으로 시작했다"며 "반도체 내 다른 사업부와도 연대해 분명히 부결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 역시 합의안 부결 시 교섭권을 나머지 집행부에 위임하고 위원장 재신임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하며 배수진을 쳤다.
잠정합의안의 최종 가결 여부는 오는 27일 오전 10시 투표가 종료된 직후에야 그 윤곽이 완전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삼성전자는 노사 재협상이라는 소모적인 과정을 반복해야 하며, 이는 노사 관계의 파국과 파업 가능성 재진입을 의미한다. 노노 갈등으로 분열된 조직 문화를 수습하고 합리적인 성과 배분 기준에 대한 전사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삼성전자 경영진에게 남겨진 가장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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