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관저 이전 예산 28억 불법 전용' 김대기·윤재순 구속... 특검 수사 분수령

김영 기자
'관저 이전 예산 28억 불법 전용' 김대기·윤재순 구속... 특검 수사 분수령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 관저 이전 과정에서 행정안전부 예산 28억 원을 불법 전용한 혐의를 받는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윤재순 전 총무비서관이 구속됐다. 법원은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 인멸 우려를 인정하며 특검 출범 86일 만에 첫 신병을 확보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 구속으로 공사 업체 선정 과정의 '윗선' 개입 의혹을 향한 수사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법원이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의 신병을 확보하며 관저 이전 의혹 수사의 중대한 변곡점을 마련했다. 서울중앙지법 부동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등 혐의로 청구된 김대기 전 실장과 윤재순 전 비서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반면 김오진 전 관리비서관은 사실관계 인정과 도주 우려 부족을 이유로 영장이 기각되며 희비가 엇갈렸다.

관저 이전 공사는 초기 계획과 실제 집행 내역 사이의 극심한 괴리에서 시작된 예산 부족 문제를 안고 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선 직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에 총 496억 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당시 관저 리모델링 비용은 25억 원이었으며 그중 인테리어 예산은 14억 4천만 원 수준으로 책정된 상태였다.

실제 공사를 맡은 업체 21그램이 제출한 견적서는 정부가 편성한 예산 범위를 세 배 가까이 초과했다. 21그램 측은 인테리어 비용으로만 약 41억 2천만 원을 청구하며 초기 계획안의 실효성을 무너뜨렸다. 대통령실은 이 과정에서 별도의 검증이나 조정 절차를 생략한 채 계약서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고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족한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이 행정안전부를 압박해 예산을 전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특검팀은 관저 업무와 무관한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의 예산 28억 원 상당이 불법적으로 전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행안부 내부에서는 예비비 추가 조성이 어렵다는 반발이 있었으나 대통령 비서실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지난 2월 출범 이후 86일 동안 집요하게 예산 집행의 불법성을 추적해왔다. 특검은 관련 부처 압수수색을 통해 '대통령 비서실에서 지시한다'는 내용이 명시된 행안부 내부 보고서를 핵심 증거로 확보했다. 이는 국가 예산 집행의 법치주의 원칙을 훼손한 중대한 직권남용 행위로 규정되어 영장 발부의 결정적 근거가 됐다.

공사 대금의 불투명한 흐름 역시 특검이 규명해야 할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특검팀은 종합건설업 면허를 보유한 원담종합건설이 받은 2차 공사 대금이 21그램 김태영 대표 측으로 흘러간 정황을 확인했다. 계좌 추적 결과 무자격 업체가 실질적인 공사를 주도하고 대금을 수령하는 비정상적 구조가 고착화된 상태였다.

특검팀은 이번 구속영장 발부를 기점으로 자금의 최종 귀결점과 의사결정 체계의 정점을 확인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해 적법절차를 준수하면서도 끝까지 관저 이전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으로 인한 이익의 귀결점 확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수사의 칼날이 실무진을 넘어 정책 결정권자들을 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구속된 피의자들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관저 이전의 시급성을 고려한 정당한 직무 수행이었다는 취지로 항변하고 있다. 예산 전용 역시 행정적 절차상의 미비일 뿐 사적 이익을 취한 것이 아니라는 논리를 펴며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기각된 김 전 비서관 사례처럼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된다.

정부 부처 간의 유기적 협력이 예산 전용이라는 불법적 수단으로 변질된 점은 시장 질서와 법치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비판이 거세다. 국가 예산은 엄격한 심의와 절차를 거쳐 집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목적을 위해 전용된 것은 행정의 효율성보다 법적 정당성이 우선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이번 사태는 공공 계약의 투명성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핵심 인신 구속에 성공한 특검 수사는 향후 김건희 여사 등 이른바 '윗선'의 개입 여부를 규명하는 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예산 전용의 최종 승인권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무자격 업체 선정 과정에 외압이 있었는지가 향후 수사의 핵심 쟁점이다. 국가 예산 관리의 엄중함과 법적 절차 준수 여부가 이번 재판의 향방을 가를 유일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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