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장 선거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이 과거 행정 실적과 주요 국책 사업 무산의 책임 소재를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카이스트 융합의과학원의 오송 이전과 기업 유치 성과의 실효성을 둘러싼 이들의 공방은 시정 무능론과 책임 전가라는 날 선 비판으로 이어졌다. 후보들은 각자의 재임 시절 성과를 방어하는 동시에 상대방의 정책적 과오를 부각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세종시장 후보자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상호 후보와 국민의힘 최민호 후보는 과거 시정 운영의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격렬한 설전을 벌였다. 조 후보는 최 후보의 과거 시정을 무능으로 규정하며 지난 4년간 세종시의 행정수도 완성이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앙 정부를 설득하고 국가 예산을 확보하여 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강한 시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 후보는 과거 민주당 정권과 조 후보의 행정 이력을 거론하며 즉각적인 반박에 나섰다. 이재명 정부 시절 해양수산부가 세종을 떠나는 과정에서 당시 국정기획위원이었던 조 후보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민주당이 지난 20년간 세종시를 정쟁의 도구로 활용해 왔으며 현재의 위기를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행태는 새 정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카이스트 융합의과학원 조성 무산은 이번 토론회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되며 양측의 감정 섞인 공방을 불러일으켰다. 최 후보는 2019년 체결된 카이스트와의 업무협약이 조 후보의 부시장 재임 시절인 2022년 충북 오송으로 선회한 점을 문제 삼았다. 사업이 무산된 실질적인 책임은 협약 이후의 관리와 추진을 맡았던 당시 시정 운영진인 조 후보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
조 후보는 최 후보가 행복청장 시절부터 추진했던 사업이 10년 넘게 결실을 보지 못한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행정수도를 대표하는 대학 유치가 지연된 것에 대해 사업의 시초를 닦았던 최 후보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이에 대해 최 후보는 협약 체결 이후 2년 만에 무산된 책임을 초기 추진자에게 묻는 것은 행정적 상식에 어긋난다고 맞섰다.
기업 유치 실적을 평가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양측은 시장 경제의 원칙과 행정적 성과를 두고 극명한 시각 차이를 보였다. 조 후보는 최 후보의 기업 유치 성과를 '종이 한 장에 쓴 투자계획'이라 칭하며 실제 기업 유치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단순한 업무협약만으로는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는 기업 유치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최 후보는 조 후보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공무원과 기업, 정부의 노력을 폄훼하는 모욕적인 처사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해당 업무협약의 성과를 바탕으로 세종시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기업 유치 도시 1위로 선정된 객관적인 지표를 근거로 제시했다. 행정 절차의 핵심인 업무협약을 부정하는 것은 시정 운영의 기본을 망각한 정치적 공세라는 점을 강조했다.
KTX 세종중앙역 신설 공약은 현실성 여부를 두고 도마 위에 오르며 후보들 간의 정책적 변별력을 시험했다. 조 후보는 이를 남북과 동서를 잇는 국가 철도망의 핵심 거점으로 구축하여 행정수도의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간이역 수준을 넘어선 광역 교통망 확충을 통해 세종시의 지리적 이점을 극대화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상대 후보들은 해당 공약이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나 실현 가능성이 부족한 허황된 계획이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최 후보와 개혁신당 하헌휘 후보는 조 후보의 계획이 중앙 정부와의 협의 과정이 생략된 선언적 공약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철도망 구축은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엄격한 경제성 검토와 법치적 절차가 선행되어야 함을 상기시켰다.
개혁신당 하헌휘 후보는 거대 양당 후보들의 책임 공방을 구태 정치의 전형으로 규정하며 지역 정치의 세대교체를 강력히 주장했다. 세종시의 발전을 저해한 장본인들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은 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과거의 과오에 얽매인 인물들이 아닌 새로운 시각을 가진 인물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토론회가 정책적 대안 제시보다는 과거 행적에 대한 법리적, 행정적 책임 추궁에 집중되었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책 전문가는 "행정수도 세종의 미래 비전을 구체화하기보다 과거의 실패 사례를 정쟁화하는 양상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책임 전가가 아닌 시장 질서와 효율성을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발전 대책"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선거 국면은 각 후보가 내놓은 공약의 구체성과 과거 행정 경험에 대한 유권자들의 냉정한 심판에 따라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카이스트 유치 무산과 기업 유치 실효성 논란은 선거 막판까지 후보들의 자질을 검증하는 핵심 잣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후보들 간의 지지율 격차와 정책적 신뢰도 확보가 부동층의 표심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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