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로부터 육상동물 항생제 내성 협력 센터로 공식 지정되며 가축 방역 분야의 국제적 전문성을 입증했다. 이번 지정으로 한국은 소, 돼지, 닭 등 주요 가축의 항생제 내성 문제를 국제적으로 연구하고 각국의 대응 역량을 지원하는 핵심 전문 기관의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아프리카마역과 소해면상뇌증 등 4개 주요 동물 질병에 대한 청정국 지위도 재인정받으며 국가 방역 체계의 신뢰성을 공고히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제93차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정기총회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육상동물 항생제 내성 협력 센터로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항생제 내성 협력 센터는 전 세계적으로 심화하는 항생제 오남용 문제를 연구·분석하고 회원국들의 진단 및 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특수 전문 기관이다. 이번 선정은 한국이 소, 돼지, 닭 등 육상동물의 항생제 내성 연구 분야에서 축적해 온 고도의 데이터 분석 능력과 전문성을 국제 사회가 공식 인정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 일본동물위생연구소와 케냐의 양식 수산 항생제 관리센터에 이어 세계에서 몇 안 되는 항생제 내성 전문 협력 거점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올해 신규 지정 명단에는 한국과 함께 이집트의 아프리카 지역 세균성 동물 질병 및 항생제 내성 진단·관리 협력 센터가 포함되어 국제적 연구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육상동물 항생제 내성 연구와 분석에서 보여준 전문성이 국제적 표준을 충족했음을 대외적으로 증명하는 성과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한국의 철저한 가축 전염병 관리 체계에 대한 국제적 재신임 절차도 함께 이루어져 방역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한국은 아프리카마역, 소해면상뇌증(BSE), 가성우역(PPR) 등 3개 질병의 청정국 지위와 제주도 구제역 청정지역 지위를 모두 재인정받는 데 성공했다. 이는 국내 축산물의 안전성을 대외적으로 증명하는 핵심 지표이자 향후 축산물 수출 시장 확대에 있어 필수적인 검역적 토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단순한 연구 기관 지정을 넘어 정책 의사결정 구조의 핵심으로 진입하는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이번 총회에서 WOAH 아시아·태평양 지역위원회 핵심 그룹(Core Group)의 일원으로 선정되어 지역 내 주요 의제를 사전에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아태지역 회원국 간의 협력 의제를 설정하고 동물 보건 정책의 방향성을 주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매우 크다.
내년 7월 한국에서는 동아시아 수석수의관(CVO) 포럼과 한·중·일 수석수의관 회의가 연달아 개최될 예정이어서 한국의 수의 외교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석수의관은 각국 정부를 대표하여 수의 정책을 총괄하는 고위직 공무원으로, 이들의 한국 집결은 국내 방역 시스템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홍보할 최적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회의 유치는 한국이 동북아시아를 넘어 아시아 전체의 동물 보건 협력 체계에서 중추적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사례다.
총회에서는 가축의 복지와 질병 대응 체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국제 기준의 정비 논의도 심도 있게 다루어져 관련 산업계의 주의가 요구된다. 가금류 도축 시 전기적 자극으로 의식을 잃게 하는 '전살' 기준을 명확히 하고, 연어류 질병 청정지역 선언을 위한 조건도 최신 과학적 근거에 맞춰 재설정됐다. 또한 양식장의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전염병 대응 체계와 연계한 양식장 휴지기 운영 기준을 정비하는 등 산업 현장의 실무적 지침들이 대거 의결됐다.
다만 국제적 지위 상승에 따른 책임감과 국내 방역 현장의 실질적 개선 과제는 여전히 보완해야 할 대목으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력 센터 지정이 단순히 상징적인 성과에 그치지 않으려면 지속적인 연구 인력 확충과 예산 지원이 국가적 차원에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청정국 지위 유지를 위해서는 기후 변화에 따른 신종 해외 악성 전염병의 유입 가능성에 대비한 상시 감시 체계의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협력 센터 지정을 계기로 항생제 내성 관리 표준을 선도하고 국제 사회와의 공조를 한층 강화하여 가축 방역의 질적 수준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축산 현장에서의 항생제 사용 절감 정책과 연계하여 소비자들에게 보다 안전한 먹거리 생산 환경을 제공하는 데 정책적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한국의 방역 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경우 국내 동물 의약품 및 진단 키트 산업의 해외 진출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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