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중동 전운 뚫고 홍해 우회... '에너지 혈맥' 지킨 5번째 한국 유조선 원유 수송

이성경 기자
중동 전운 뚫고 홍해 우회... '에너지 혈맥' 지킨 5번째 한국 유조선 원유 수송
©연합뉴스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가운데 다섯 번째 한국 유조선이 우회로인 홍해를 안전하게 통과하며 국내 원유 수급에 숨통을 틔웠다.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에서 원유를 적재한 이 선박은 정부의 실시간 지원 아래 위험 해역을 벗어나 국내로 항해 중이다. 이는 지난달 첫 우회 통과 이후 원유 수급 안정화를 위한 전략적 항로 확보가 시장에 안착했음을 시사한다.

에너지 수급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와 민간의 공조가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3일 오후 4시를 기점으로 다섯 번째 한국 국적 유조선이 홍해를 무사히 통과하여 국내로 원유를 운송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 수송은 중동 분쟁으로 전 세계 에너지 보급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된 상황에서 국가 전략 자산인 원유의 안정적 도입을 증명한 핵심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번에 홍해를 통과한 유조선은 사우디아라비아 서부의 얀부항에서 원유를 적재하고 한반도를 향해 남하를 시작했다. 얀부항은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도 홍해를 통해 직접 원유를 선적할 수 있어 최근 대체 보급로로서의 지전략적 가치가 급상승한 곳이다. 정부는 해당 선박이 적대 행위 가능성이 있는 해역을 지나는 동안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한국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 대신 홍해를 우회로로 선택한 것은 지난달 중순이 처음이었으며 이는 공급망 붕괴를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였다. 우회 항로를 통해 처음으로 원유를 실어 나른 유조선은 지난 7일 전남 여수시 GS칼텍스 원유 부두에 성공적으로 정박했다. 당시 이 선박은 약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싣고 입항하여 국내 정유 업계의 수급 불안을 일시적으로 해소하는 마중물 역할을 수행했다.

정부는 선박과 선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하기 위해 선사 및 선박과 긴밀한 실시간 소통 채널을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항해 안전 정보의 즉각적인 제공과 더불어 해군 및 국제 사회와의 정보 공유를 통해 해상 보안을 강화한 결과 현재까지 단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수송이 이어지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당 선박이 홍해를 항해하는 동안 24시간 모니터링과 실시간 소통을 통해 안전을 지원했으며, 앞으로도 원유 수급 안정화를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원유 수급의 안정은 국내 물가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해상 보급로의 다변화는 시장 질서 유지와 경제 효율성 측면에서 필수적인 요소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에너지 쇼크에 대비하여 홍해 항로를 상설 운용하는 방안도 산업계에서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번 다섯 번째 통과를 통해 우회 항로의 운용 효율성과 보안상의 안전성이 실제 데이터로 입증되었다고 분석한다.

다만 우회 항로 이용에 따른 항해 거리 증가와 이에 수반되는 유류비 및 보험료의 추가 상승은 향후 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비용적 과제로 남아 있다. 홍해 역시 예멘 반군 등 잠재적 위협 요소가 상존하므로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대체지로 낙관하기에는 여전히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는 해협 봉쇄에 대한 외교적 대응과 병행하여 물류비 절감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향후 중동 정세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유조선뿐만 아니라 일반 화물선의 안전 항로 확보에도 범정부 차원의 역량을 투입할 방침이다. 원유 수급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민관 합동 비상 대응 체계를 유지하며 보급로의 무결성을 확보하는 것이 국가 경제의 최우선 과제다. 에너지 안보 확립을 위한 다각적인 항로 확보 노력은 대외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핵심 동력이 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동#전운#뚫고#홍해#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