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넘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 실업자가 5년 만에 10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20대와 30대 청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실업자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장기 실업자는 전년 대비 37% 이상 급증하며 그 비중이 22년 만에 최고 수준인 12.7%까지 치솟았다. 이는 기업의 경력직 선호 현상과 청년층의 눈높이 불일치가 맞물린 구조적 고용 위기의 결과로 풀이된다.
6개월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 실업자가 5년 만에 다시 10만 명 선을 돌파하며 고용 시장의 질적 악화를 여실히 드러냈다. 국가데이터처와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장기 실업자는 10만 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만 명(37.6%) 급증했다. 이는 전체 실업자 수가 85만 3,000명으로 소폭 감소한 가운데 나온 수치로, 구직 기간이 짧은 실업자는 줄고 장기 실업자만 늘어나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졌다.
전체 실업자 중 장기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2.7%에 달해 2004년(13.6%) 이후 22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6개월 이상 장기 실업자는 2021년 12만 9,000명까지 치솟은 뒤 하락세를 보였으나 올해 들어 다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고용 시장에 경고등을 켰다. 특히 구직 기간이 3개월 미만인 단기 실업자가 44만 3,000명으로 전년 대비 9.2%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장기 실업의 고착화 현상은 더욱 심각한 대목이다.
고용 시장의 허리인 20대와 30대가 장기 실업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구조적 위기를 시사한다. 15~29세 청년층 장기 실업자는 2만 9,000명, 30대는 3만 2,000명으로 두 연령대의 합계는 전체의 56.5%인 6만 1,000명에 달한다. 특히 30대 장기 실업자는 1년 전보다 1만 8,000명 늘어나며 전 연령대 중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으며, 이는 2021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기업들의 채용 방식 변화와 경력직 선호 현상은 청년층의 구직 기간을 늘리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시 채용이 보편화되면서 구직자들은 인턴 활동이나 각종 자격증 취득을 통해 실무 경력을 쌓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있다. 중동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경기 둔화가 기업의 신규 채용 심리를 위축시키고 기존 인력 위주의 보수적 운용을 강제한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일각에서는 30대 고용률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을 들어 이번 통계가 경제활동 참여 인구 증가에 따른 동반 상승일 수 있다는 신중론을 제시한다. 구직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통계상 실업자 수와 기간이 함께 늘어나는 착시 효과가 포함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시장의 효율성이 저하된 것이 아니라 구직 시장의 역동성이 살아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통계적 단면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높아진 눈높이와 실제 일자리 사이의 괴리가 장기 실업을 고착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대기업의 높은 연봉 수준이 기준점이 되면서 청년들의 기대치가 매우 높아진 상황이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중소기업 취업 대신 추가적인 스펙 쌓기나 자격증 취득에 몰두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령대별 세부 수치를 보면 40대 장기 실업자는 2만 3,000명, 50대와 60세 이상은 각각 1만 2,000명으로 집계되며 고용 한파가 전 세대에 걸쳐 있음을 보여준다. 2000년대 초반 13만 명대를 기록했던 장기 실업자가 2013년 4만 9,000명까지 감소했던 사례를 비추어 볼 때 현재의 10만 명대 재진입은 심각한 신호다. 노동 시장에 재진입하지 못하고 장기 실업층으로 밀려나는 흐름을 차단하기 위한 정책적 개입이 시급한 시점이다.
장기 실업의 고착화는 인적 자본의 손실을 넘어 국가의 잠재성장률을 저해하는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구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노동 숙련도가 저하되고 재취업 시 임금 수준이 낮아지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단순한 단기 일자리 공급을 넘어 산업계의 수요에 맞춘 인재 양성과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정교한 대응책을 마련하여 노동 시장의 효율성을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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