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3고(高) 파고에 갇힌 한국 경제, 중소기업 연체율 대기업 8배 육박

윤근일 기자
3고(高) 파고에 갇힌 한국 경제, 중소기업 연체율 대기업 8배 육박
©연합뉴스

 

고금리·고유가·고환율의 '3고'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되고 재무 구조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국채 금리가 연 5.20%로 치솟고 환율이 1,500원대를 기록한 가운데, 중소기업 연체율은 대기업의 8배인 0.6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동차, 건설, 정유 등 금리 민감도가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실적 둔화와 경기 침체 가속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미국과 한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경영 환경 악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자금조달 비용 상승은 기업의 이자 부담을 직접적으로 높여 재무 구조를 훼손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미 장기화된 고환율과 중동 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최근 수개월간 1,500원선을 상회하며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국제 유가 역시 미국과 이란 간의 협상 지연 여파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강력한 상승세를 유지하는 중이다. 여기에 미국 국채 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수준인 연 5.20%까지 치솟으며 한국 경제에 강력한 금리 인상 압박을 가하고 있다.

금리 상승은 기업의 시설 투자와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금융 비용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채권 발행 금리가 오르면 기업들은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으며 실적 둔화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가계의 소비 여력을 갉아먹어 결국 내수 침체로 이어지는 경제적 악순환을 형성한다.

특히 재정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고금리 충격에 가장 취약한 고리로 지목되며 우려를 낳고 있다. 국내 5대 은행의 자료를 보면 지난달 말 기준 중소기업 연체율은 0.65%로 대기업 연체율인 0.08%의 8배를 상회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제조 중소기업이나 도소매업체들은 늘어난 금융 비용을 제품 가격에 즉각 반영하기 어려워 대출 연체 및 파산 위험이 급증하는 추세다.

산업별로는 자동차와 건설, 정유 업종이 고금리 파고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산업은 소비자 대출과 할부 등 금융 서비스 의존도가 매우 높아 금리 상승 시 구매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는 특성을 가진다. 고부가가치 소비재인 완성차의 판매 부진은 전후방 연관 산업 전체의 생산성 저하와 고용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건설업계는 대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금융 비용 상승으로 인해 부실 위험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소형 건설사들은 공사 단가 협상력이 낮고 대출 접근성이 떨어져 운전 자본 고갈이라는 극단적 상황에 내몰릴 우려가 크다. 정유업계 또한 원유 수입 과정에서 발행하는 유전스(Usance) 채권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며 수익성 방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종합상사와 의류 업종 등 단기 차입금 비중이 높은 분야도 고금리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수출채권 할인이나 무역금융 비용의 증가는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무역 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반면 인공지능(AI) 수요가 폭증하는 반도체 업종은 상대적으로 금리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어 산업 간 양극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고금리 환경이 한계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여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무분별한 유동성 공급보다는 경쟁력 있는 기업 중심으로 자원을 재배분하는 과정이 국가 경제의 장기적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연쇄 도산이 가져올 사회적 비용과 고용 충격을 고려할 때 정부의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병행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고비용 구조를 견뎌낼 수 있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신원규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고환율, 고유가에 더해 고금리 상황까지 벌어지면 국내 기업은 투자 여력 감소와 수입단가 상승이라는 삼중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들은 기술력과 공급 안정성을 높여 비용 상승분을 스스로 흡수할 수 있는 방안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지정학적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됨에 따라 고금리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단기적인 자금 수지 관리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수익 구조 혁신을 통해 외부 충격에 대한 자생력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와 금융당국 또한 취약 업종에 대한 선제적 모니터링을 강화하여 미세한 균열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3고(高)#파고에#갇힌#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