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최대 2.6%로 대폭 상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1분기 국내총생산(GDP) 급반등과 역대 최대 경상수지 흑자가 이러한 낙관론의 근거다. 다만 중동발 유가 충격으로 물가 상승률 전망치 역시 2.7% 수준까지 동반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이 오는 28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5~2.6%로 대폭 상향할 전망이다. 지난 1분기 GDP 성장률 속보치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1.7%를 기록하며 경제 반등의 강력한 신호를 쏘아 올린 결과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수출 호조가 연중 지속되면서 한국 경제의 성장 눈높이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분석한다.
수출 전선의 핵심인 반도체는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을 타고 유례없는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3월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51.4% 폭증한 328억 3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이러한 수출 호조는 경상수지 흑자 폭을 키우며 국가 경제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경상수지는 373억 3천만 달러(약 54조 4천억 원) 흑자를 기록하며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종전 최대 기록이었던 지난 2월의 231억 9천만 달러를 불과 한 달 만에 갈아치운 수치다. 한국 경제는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긴 35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견고한 대외 건전성을 입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반도체 호황이 단기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사이클과 달리 AI로의 구조적 전환이 이뤄지고 있으며 공급 업체가 제한적인 상황이라 이번 사이클은 꽤 길게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1분기에만 약 35%에 달한다는 점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 역시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꺾이기 전까지 앞으로 1년 정도는 현재의 사이클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1분기 성장률과 수출 효과를 반영할 때 올해 성장률의 큰 폭 상향 조정은 불가피하며, 내년 성장률 역시 기존 1.8%에서 1.9%로 높여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반도체 호황이 설비 투자와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시사한다.
성장률 상향과 동시에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역시 상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동 분쟁에 따른 유가 불안과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기존 2.2%였던 물가 전망치는 2.5~2.7%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수입 물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2차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높아진 유가 수준과 3분기 이후 발생할 유가의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물가 전망치를 최소 0.3%포인트 이상 상향한 2.5%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 역시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근거로 물가 상승률이 2.7%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성장률 호재와 물가 악재 사이에서 정교한 통화정책 설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반도체 업황의 가변성을 들어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이란 사태와 유가 충격이 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상황의 유동성을 강조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글로벌 공급망의 작은 균열도 성장 경로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정책적 개입으로 물가 충격이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은 향후 금리 결정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안재균 연구위원은 이란 사태와 반도체 사이클의 불확실성을 들어 내년 성장 전망치는 소폭 상향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신중론을 덧붙였다. 이는 현재의 호황이 대외 변수에 의해 언제든 변동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결국 향후 한국 경제의 향방은 반도체 수출의 지속성과 물가 관리의 성패에 달려 있다. 반도체 사이클이 내년 상반기까지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면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는 2천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와 통화 당국은 수출 주도의 성장세를 민간 소비 회복으로 전이시키는 동시에 고물가 부담을 완화하여 서민 경제의 타격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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