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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기 충남 민간인 학살 유족에 1억 원 국가 배상 판결…법원 "반인권적 위법행위"

이겨례 기자
한국전쟁기 충남 민간인 학살 유족에 1억 원 국가 배상 판결…법원
©연합뉴스

 

한국전쟁 당시 충남 지역에서 군과 경찰에 의해 가족을 잃은 민간인 유족에게 국가가 1억여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공무원의 적법 절차 없는 살해 행위를 중대한 위법으로 규정하고 민법상 상속 규정 등을 고려해 배상금을 산정했다. 이번 판결은 국가의 생명 보호 의무 위반에 대한 사법부의 엄중한 책임을 재확인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70 박재민 판사는 최근 유족 A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1억 5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다른 민간인 희생 사건 피해자들과의 형평성을 기하고 민법상 명시된 상속 규정 및 가구별 특수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배상액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과거사 정리 과정에서 국가의 불법 행위가 명백히 드러난 결과에 따른 사법적 조치로 해석된다.

본 사건의 비극적 발단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부터 이듬해 2월 사이 충청남도 일대에서 발생한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군과 경찰은 인민군 점령기에 부역했다는 혐의 등을 씌워 지역 민간인 수천 명을 적법한 사법 절차 없이 집단으로 학살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고 A씨는 1950년 10월경 해당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형 세 명을 한꺼번에 잃는 참변을 당하며 가계의 중대한 손실을 입었다.

사건의 진상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정밀 조사를 통해 수십 년 만에 비로소 공식적으로 규명되는 전기를 맞이했다. 위원회는 2025년 5월 A씨의 형들이 당시 군경에 의한 희생자임을 인정하고 국가의 책임을 명시한 진실 규명 결정을 내린 바 있다. A씨는 이러한 행정적 판단과 조사 결과를 핵심 근거로 삼아 같은 해 10월 국가의 불법 행위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을 법원에 공식 제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국가 권력의 행사가 헌법적 가치와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훼손했음을 명확히 지적하며 배상 책임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국민의 생명을 최대한 보호해야 하는 공무원들이 국민을 적법한 절차 없이 살해한 것은 반인권적 행위로 위법성이 매우 중대하다"고 판시했다. 또한 이러한 공권력의 남용은 한국전쟁이라는 특수한 전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법치주의 국가에서 결코 정당화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유족들이 장기간 겪어온 사회적 압박과 경제적 결핍 역시 이번 배상액 산정 과정에서 핵심적인 고려 요소로 작용했다. A씨의 가족은 사건 발생 이후 부역자 가족이라는 낙인과 차별 속에 놓여 정상적인 사회 활동과 경제적 자립에 있어 막대한 지장을 받았던 것으로 법원은 파악했다. 재판부는 유족들이 겪은 정신적 고통뿐만 아니라 그들이 감내해야 했던 사회적 소외와 경제적 어려움이 배상의 범위에 포함되어야 마땅하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수십 년 전의 과거 사건에 대해 현재의 국가 예산으로 배상하는 것에 대해 소멸시효 문제나 형평성 논란을 제기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사법부는 반인권적 범죄나 국가의 조직적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제한하거나 피해자의 권리 구제를 최우선으로 하는 판례를 확립해 오고 있다. 이는 법치주의의 실질적 구현과 국가 폭력의 재발 방지를 위한 사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것이 법조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번 판결은 향후 유사한 과거사 관련 소송에서 배상액 산정의 중요한 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며 국가의 무한 책임을 다시금 환기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진실화해위원회의 결정 이후 소송을 준비 중이거나 진행 중인 다른 유족들에게도 이번 법원의 판단은 권리 구제를 위한 유의미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는 판결 확정 시 지체 없이 배상 절차를 이행하고 과거사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실질적인 후속 대책과 명예 회복 방안을 마련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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