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선거 현장에서 후보들이 아이언맨 복장부터 사다리차까지 동원하는 파격적인 이색 선거전을 펼치며 유권자 시선 잡기에 나섰다.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든 첫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딥페이크 기술 활용에 대한 엄격한 법적 규제가 적용되면서, 후보들은 가상 세계 대신 현장 중심의 대면 유세와 짧은 영상(숏폼)을 통한 감성 소통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전국 각지의 6·3 지방선거 후보들이 공식 선거운동 기간을 맞아 유권자들의 뇌리에 남기 위한 이색적인 홍보 전략을 총동원하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직관적으로 연상시키는 소품을 활용하거나 경운기, 사다리차 등 중장비까지 유세 현장에 끌어들이며 인지도 제고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딥페이크 영상 유포가 법적으로 금지되면서 후보들은 역설적으로 더 원색적이고 물리적인 방식의 현장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국민의힘 서철모 대전 서구청장 후보는 자신의 이름에서 착안해 실제 철모를 쓰고 지역구를 누비며 유권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같은 당 권경운 공주시의원 후보는 이름과 같은 경운기를 직접 몰고 나와 발로 뛰는 일꾼 이미지를 강조하며 농심 공략에 나섰다. 강원도의원에 도전하는 이무철 후보 역시 성명의 마지막 글자를 영화 속 영웅인 아이언맨과 연결해 운동원들과 함께 히어로 복장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안호익 옥천군의원 후보는 머슴 복장에 지게를 짊어지고 거리 유세에 나서며 주민을 위한 일꾼이 되겠다는 각오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무소속 구본기 광주 광산구을 후보 측은 쓰레기통을 메고 거리를 청소하는 '줍깅' 활동을 통해 지역 정화와 선거 운동을 병행하는 실천적 모습을 보였다. 정의당 길한샘 청주시의원 후보는 배달 라이더 출신이라는 이점을 살려 폐종이상자로 만든 수제 손팻말을 활용해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선거 장비의 진화도 눈에 띄는데, 국민의힘 한중일 강원도의원 후보는 유세차 대신 사다리차에 올라 고공 유세를 펼치며 지역의 성장 사다리가 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민주당 김기남 경기 김포시의원 후보는 전기자전거와 드론을 결합한 친환경 유세를 선보이며 젊은 부모 세대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진보당 정근효 제주도의원 후보는 19세 최연소 후보답게 직접 만든 나무통을 단 전기자전거로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며 저비용 선거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뉴미디어 플랫폼인 숏폼 콘텐츠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선거 도구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국민의힘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는 짧은 영상을 통해 지역 성과를 압축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민주당 허태정 후보와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는 최신 유행 챌린지 댄스를 소화하며 젊은 층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박완수 경남지사 후보는 팔로워 수에 비례해 스쿼트를 하는 챌린지를 진행하며 온라인상의 화제성을 선점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후보들은 유권자와의 직접적인 소통이 지닌 가치를 최우선으로 꼽는다. 부산 사상구청장에 출마한 서태경 민주당 후보는 "두 발로 사상구 전역을 직접 누비며 주민 목소리를 듣겠다"고 강조하며 민원 사서함 가방을 메고 걷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제주도의원 선거에 나선 정근효 후보는 "선거 비용이 넉넉하지 않은 점도 있지만, 친환경적이고 친근한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진정성을 호소했다.
이번 선거는 AI 기술이 사회 전반에 확산된 이후 치러지는 첫 대규모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활용은 제도적 제약에 묶여 있는 실정이다. 공직선거법 제82조의8에 따라 선거일 90일 전부터 딥페이크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원천 금지되면서 후보들은 기술적 실험보다는 안전한 전통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정부는 AI를 악용한 가짜뉴스 유포에 대해 엄중 조치 방침을 세웠으며, 이에 따라 후보들은 공약 내용에만 AI 산업 육성을 포함하는 선에서 기술 활용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색 유세 경쟁이 지나치게 희화화되거나 정책 대결을 실종시킨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후보들이 유권자의 시선을 끄는 데만 매몰되어 지역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 제시나 예산 확보 방안 등 본질적인 담론 형성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이다. 일부 시민들은 후보들의 코스프레나 춤판이 선거의 엄중함을 훼손하고 유권자의 판단력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후보들 간의 차별화 경쟁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숏폼 콘텐츠와 현장의 물리적 퍼포먼스가 결합된 혼합형 유세가 당분간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색적인 형식 속에 얼마나 실효성 있는 공약을 담아내느냐가 최종 투표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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