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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근간 흔드는 경선 타락... 전남선관위 대리투표·금품수수 등 43건 무더기 고발

음영태 기자
민주주의 근간 흔드는 경선 타락... 전남선관위 대리투표·금품수수 등 43건 무더기 고발
©연합뉴스

 

전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대리투표와 금품수수 등 총 43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발해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특히 기부행위는 지난 선거 대비 37퍼센트 이상 급증했으며, 특정 정당의 경선 과열이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불법 행위를 부추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전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관련하여 대리 투표와 금품 수수 등 중대 선거 범죄를 적발하고 총 43건을 경찰과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이번 고발 사례는 유권자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방해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태가 지역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선관위의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고발된 사건들은 조직적인 금품 살포와 여론 조작을 목적으로 한 대리 투표 등 죄질이 무거운 사안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유형별 위반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금품 제공을 포함한 기부행위가 22건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기록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이어 허위사실 공표가 6건, 신문 및 광고 등 인쇄물 부당 배포가 2건이었으며 기타 위반 사항이 13건으로 집계되었다. 특히 기부행위의 경우 지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기록된 16건보다 6건이 더 늘어나며 선거판의 고질적인 금권 선거 양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전남 지역에서 이처럼 위법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 배경에는 더불어민주당 내 경선 과열이 핵심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내 경선 승리가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지역적 특수성으로 인해 후보자들 간의 경쟁이 법적 테두리를 벗어난 수준까지 치달은 것이다. 시장 질서와 공정한 경쟁을 중시해야 할 공직 후보자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에만 집착하면서 선거 윤리가 마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파렴치한 금품 제공 사례로는 전남도의회 의원 신분의 공직자가 경쟁 후보를 매수하려다 적발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해당 의원은 자신의 무투표 당선을 목적으로 경쟁 후보자의 불출마를 유도하기 위해 무소속 예비후보자의 지인에게 현금 1천만원을 건네는 대담함을 보였다. 이는 대의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후보자 선택의 자유를 금전으로 박탈하려 한 중대한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

정당 내부의 조직적 불법 행위도 도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전개되어 선거 관리 당국의 엄중한 감시망에 포착되었다. 민주당 예비후보자의 친척인 A씨 등 3명은 권리당원 6명을 포섭하여 당비 6만원을 대신 납부해 주는 방식으로 당내 영향력을 조작하려 했다. 또한 이들은 권리당원 등 9명에게 특정 번호로 걸려 오는 여론조사 전화를 성실히 응답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75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선관위는 금품 수수 사실을 자진 신고한 5명을 제외한 나머지 4명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을 단행했다. 이는 불법적인 금전 거래에 가담한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자수자에게는 선처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선거 범죄의 자정 작용을 유도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법치 시스템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서는 예외 없는 법 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이 반영된 결과다.

기초단체장 경선 과정에서 발생한 대리투표 사건들은 현대 민주주의 선거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한 충격적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신안 지역의 한 이장은 마을 방송을 통해 주민들을 마을회관으로 집결시킨 뒤 26명의 휴대전화에 성명과 생년월일이 적힌 종이를 부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는 실제 여론조사 전화가 걸려 오자 주민의 휴대전화를 직접 건네받아 현장에서 대리 응답을 수행하다가 적발되었다.

해당 이장은 현장에서 대리 응답을 마친 기기 외에도 추가적인 여론조사 응답을 위해 17대의 휴대전화를 마을회관에 별도로 보관하는 등 조직적 개입을 시도했다. 장성 지역에서도 권리당원이 마을회관에서 주민 8명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대리투표를 진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화순에서는 이장의 배우자가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대리투표에 가담하는 등 지역 사회의 유력 인사들이 불법 행위의 전면에 나선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남선관위 관계자는 "당내 경선은 후보자 선출의 중요한 절차로 유권자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타인의 의사에 개입해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히 조치할 방침이다"라고 덧붙이며 향후 수사 과정에서도 강력한 법적 대응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이러한 발언은 선거의 무결성을 지키기 위한 행정 당국의 단호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론의 관점에서는 경선 과열이 지역 발전에 대한 열망의 분출이라는 시각이 존재할 수 있으나, 이는 법적 절차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자수한 이들에 대한 고발 제외는 기계적 중립성과 수사 협조를 유도하는 실용적 판단의 결과로 보아야 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선관위의 고발 조치가 실제 기소와 엄중한 처벌로 이어져야만 반복되는 선거 범죄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향후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에 따라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처벌이 내려질 경우 지역 정가는 거센 후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리투표와 조직적 금품 수수는 선거 결과의 유효성 자체를 뒤흔드는 사안인 만큼 사법 당국의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이 요구된다. 유권자들은 혈연과 지연에 얽매인 투표 행태에서 벗어나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문화 정착을 위해 감시자의 역할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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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근간 흔드는 경선 타락... 전남선관위 대리투표·금품수수 등 43건 무더기 고발 : 정치/사회 : 재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