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6·3 지방선거 D-10, 여야 후보들 사찰로 총집결... '불심'이 막판 승부처 부상

음영태 기자
6·3 지방선거 D-10, 여야 후보들 사찰로 총집결... '불심'이 막판 승부처 부상
©연합뉴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열흘 앞둔 24일, 여야 후보들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전국 주요 사찰에 집결해 총력전을 펼쳤다. 부산, 대구, 경기 등 주요 격전지 후보들은 일제히 '화합'의 메시지를 내놓으면서도 전통시장과 번화가에서는 한 치의 양보 없는 유세전을 이어갔다. 종교계 표심이 선거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오르면서 후보들의 행보는 불심(佛心)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으로 치달았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지도부와 후보들이 부처님오신날을 기점으로 종교계 표심 공략에 나섰다. 24일 전국 각지의 사찰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는 주요 광역단체장 후보들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자들이 대거 참석해 불교계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인 자비와 화합을 강조하며 갈등 해소를 약속했으나 현장에서는 지지자들의 응원전이 펼쳐지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부산시장 선거의 주역인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금정구 범어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평소의 선거 유니폼 대신 정장 차림으로 등장한 두 후보는 법당에 입장하며 두 손을 모아 합장하는 등 예우를 갖췄다. 전날까지 날 선 공방을 주고받던 모습과 달리 이날만큼은 정중한 태도로 불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불교계의 정신적 가치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김부겸 후보와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는 지역 대표 사찰인 동화사를 방문해 불심 잡기에 주력했다. 두 후보는 동화사 주지 선광스님과 각각 차담을 나누며 지역 현안과 불교계의 역할을 논의했다. 법요식 이후에는 사찰을 찾은 시민들에게 직접 다가가 고개를 숙이며 지지를 호소하는 등 현장 스킨십 강화에 공을 들였다.

대전시장 선거전도 사찰 방문을 통한 강행군으로 이어졌으며 후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화합의 메시지를 전파했다. 민주당 허태정 후보는 삼문사를 시작으로 복전암, 형통사, 불광사 등 지역 내 7개 사찰을 순회하며 광폭 행보를 보였다. 국민의힘 이장우 후보 역시 광수사를 방문해 작은 욕심을 내려놓고 평온함을 채우자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불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사찰과 교회를 넘나들며 종교계 전반을 아우르는 유세를 펼쳤다. 민주당 추미애 후보는 남양주 봉선사와 의왕 청계사를 잇달아 방문해 불교계 인사들과 소통했다. 국민의힘 양향자 후보는 수원 중앙침례교회 예배에 참석한 뒤 곧바로 봉녕사를 찾아 공양을 함께했으며, 개혁신당 조응천 후보는 화성 용주사에서 불자들의 민심을 청취했다.

인천시장 선거의 박찬대 민주당 후보와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도 주요 사찰을 돌며 종교계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박 후보는 수도사와 황룡사 등을 방문해 자비와 화합의 가치가 사회에 절실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통합의 정치를 내세웠다. 유 후보는 인천불교회관과 흥륜사 등을 찾아 불교계가 인천의 도약과 시민 화합을 위한 정신적 중심추가 되어달라고 당부하며 지지를 구했다.

미니 총선으로 불리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역에서도 후보 간의 사찰 방문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경기 평택을 재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는 심복사 등 지역 사찰 법요식에 참석해 유권자들과 접촉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와 진보당 김재연 후보, 자유와혁신 황교안 후보 역시 사찰을 돌며 제3지대와 보수·진보 진영의 결집을 시도했다.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역시 사찰 유세와 거리 유세를 병행하며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하정우 후보는 운수사와 만덕사를 찾아 신자들과 만났으며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는 지역 내 3개 사찰을 순회했다. 무소속 한동훈 후보는 삼광사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뒤 구포동과 덕천동 일대에서 대대적인 거리 유세를 펼치며 세를 과시했다.

호남권에서는 전통시장과 사찰을 연계한 복합 유세가 전개되며 선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전북도지사 선거의 민주당 이원택 후보는 금산사 방문 이후 진안군 전통시장에서 합동 유세를 펼쳤다. 국민의힘 양정무 후보는 금산사와 불정사를 거쳐 정읍 전통시장과 전주 먹자골목을 방문해 보수 정당의 지지세 확산에 주력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선거 직전의 종교 행사가 부동층의 표심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정치 전문가는 "부처님오신날과 같은 대형 종교 행사는 후보의 통합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최적의 기회다"라며 "특히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지역일수록 종교계의 조직적 표심이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후보들의 사찰 방문이 정책 대결보다는 보여주기식 행보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종교 시설을 선거 운동의 도구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정교분리의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단순한 방문보다는 실질적인 지역 발전 공약에 대한 검증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거일이 임박함에 따라 여야 후보들의 현장 유세는 더욱 공격적인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연휴 기간 확보한 민심의 향방이 선거 막판 지지율 추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가 관전 포인트다. 각 캠프는 남은 열흘 동안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투표 독려와 지지층 결집에 모든 화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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