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한-싱가포르 외교장관 20년 만의 양자 회담… 한반도 정세 및 중동 안보 전략 논의

음영태 기자
한-싱가포르 외교장관 20년 만의 양자 회담… 한반도 정세 및 중동 안보 전략 논의
©연합뉴스

 

한국과 싱가포르가 20년 만에 외교장관 양자 회담을 개최하며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잇는 전략적 공조를 강화한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은 오는 28일 서울에서 만나 한반도 안보와 중동 정세 등 글로벌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회담은 2007년 이후 처음 성사된 싱가포르 외교수장의 공식 방한으로 양국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한국과 싱가포르 외교 수장이 서울에서 마주 앉아 양국 간 안보 및 경제 협력의 틀을 재정비한다. 외교부는 조현 외교부 장관이 오는 28일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장관과 한-싱가포르 외교장관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회담은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아시아의 주요 거점 국가인 양국이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도출하는 데 목적을 둔다.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장관의 이번 방한은 외교적으로 매우 이례적이며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싱가포르 외교장관의 공식 양자 방한은 지난 2007년 이후 약 20년 만에 이루어지는 행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2015년 발라크리쉬난 장관이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단행되는 한국 방문이라는 점에서 양국 외교 채널의 복원과 강화라는 상징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싱가포르 외교당국에 따르면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지난 24일부터 중국과 북한을 차례로 방문한 뒤 마지막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다. 이는 싱가포르가 한반도 주변 주요국과의 관계를 동시에 관리하며 지역 내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 정부는 이번 회담을 통해 싱가포르 측이 파악한 북한 내부 동향과 중국의 입장을 공유받고 대북 정책의 실효성을 점검할 계획이다.

양국 장관은 앞서 두 차례 개최되었던 한-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성과를 구체화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다양한 성과사업의 이행 현황을 점검하고 기술 협력, 공급망 안정화 등 경제 안보 분야에서의 실질적인 협력 강화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이는 단순한 우호 관계를 넘어 실익 중심의 외교 기조를 공고히 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최근 불안정성이 증폭되고 있는 중동 상황과 국제 안보 정세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 교환도 이루어질 전망이다. 특히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HMM 나무호 피격 사건 등 해상 물류 안전을 위협하는 사태에 대한 공동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세계적인 해운 허브 국가로서 한국과 함께 해상 교통로의 안전 확보를 위한 국제적 공조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회담의 중요성에 대해 "20년 만에 성사된 외교장관의 양자 방한은 아세안 내 핵심 파트너인 싱가포르와의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중동 안보 등 양국의 공통 관심사에 대해 격의 없는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한국 외교의 지평을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확대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싱가포르의 중립적 외교 노선이 한국의 대북 압박 기조와 완전히 일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싱가포르가 북한과도 외교적 접점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대북 제재나 압박보다는 대화와 중재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 차이를 극복하고 실질적인 안보 공조를 이끌어내는 것이 이번 회담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한국 외교의 다변화와 실무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교 전문가인 A 교수는 "싱가포르는 정보와 자본이 모이는 아시아의 교차로와 같은 곳이다"라며 "이들과의 긴밀한 소통은 한반도 정세 관리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위기 대응에서도 필수적인 요소다"라고 분석했다. 이는 법치와 시장 질서를 중시하는 보수적 외교 프레임과도 궤를 같이한다.

향후 양국은 이번 회담 결과를 바탕으로 고위급 교류를 정례화하고 민간 부문의 경제 협력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공지능(AI), 디지털 금융, 스마트시티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의 협력은 양국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정부는 싱가포르와의 협력을 통해 아세안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안정적인 대외 경제 환경을 구축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번 회담은 한국이 직면한 복합적인 안보 위기 속에서 우방국과의 연대를 확인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싱가포르의 건설적인 역할을 유도하는 동시에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균형 잡힌 외교 성과가 요구된다. 28일 서울에서 열릴 회담의 결과에 국제 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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