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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도 CEPA 개선 협상 2년 만에 재개... 14억 거대 시장 빗장 다시 연다

이성경 기자
한·인도 CEPA 개선 협상 2년 만에 재개... 14억 거대 시장 빗장 다시 연다
©연합뉴스

 

정부가 14억 인구의 거대 내수 시장을 보유한 인도와의 경제적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2년 동안 멈춰 섰던 자유무역 협상의 동력을 다시 가동한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는 25일 한국과 인도의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을 위한 제12차 공식 협상을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양국은 상품과 서비스, 신통상 규범 등 7개 핵심 분야의 쟁점을 조율해 이르면 올해 말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할 방침이다.

한국과 인도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 파트너로서 경제적 실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 2024년 7월 이후 중단됐던 통상 협상의 문을 다시 열었다. 이번 제12차 개선 협상은 27일까지 사흘간 인도 뉴델리에서 진행되며 양국 대표단 60여 명이 참석해 구체적인 시장 개방 수위를 논의한다. 우리 측에서는 박근오 통상협정정책관이, 인도 측에서는 카필 초드리 상공부 국장이 수석대표로 나서 양국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중책을 맡았다.

양국은 이번 협상에서 상품과 서비스 시장의 추가 개방은 물론 원산지 규정 완화와 디지털 무역 등 신통상 규범을 포함한 7개 분야의 입장차를 좁히는 데 집중한다. 지난 2010년 발효된 한·인도 CEPA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협정이었으나 시간이 흐르며 변화한 글로벌 통상 환경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서 겪는 높은 관세 장벽과 까다로운 원산지 증명 절차는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꼽혀왔다.

협상의 물꼬를 다시 튼 배경에는 지난달 개최된 한·인도 정상회담과 이를 계기로 발표된 협상 재개 공동선언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양국 정상은 경제 안보 차원에서의 협력 필요성에 공감하며 에너지, 나프타, 공급망 등 다변화된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번 실무 협상은 이러한 정상 간의 합의를 구체적인 조문과 숫자로 치환하여 실제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으로 연결하는 과정이다.

인도는 세계 최대의 인구 대국이자 포스트 차이나 시대를 이끌 핵심 국가로서 우리 기업들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다. 기존 CEPA 체제하에서는 자유화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부품이나 화학 제품 등이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충분한 우위를 점하기 어려웠다. 정부는 이번 개선 협상을 통해 관세 철폐 범위를 확대하고 비관세 장벽을 낮추어 우리 기업의 현지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다만 인도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통상 정책을 유지해왔다는 점은 협상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잠재적 변수로 꼽힌다. 인도는 그간 자국 제조업 육성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를 앞세워 무역 수지 적자 폭이 큰 국가들을 상대로 보수적인 접근을 취해왔다. 특히 농산물 시장 개방이나 원산지 규정의 엄격한 적용을 고수할 경우 우리 측 요구 사항과 충돌하며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교역 확대를 넘어 공급망 안정화와 디지털 통상 질서 확립이라는 큰 틀에서 이번 협상을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근오 통상협정정책관은 "인도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에 친화적인 통상 환경을 구축하고 디지털 무역, 공급망 협력 등 새롭게 부상한 통상 의제도 포괄하는 현대화된 협정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의 상품 교역 중심 협정에서 벗어나 미래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번 12차 협상에서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를 도출한 뒤 올해 하반기 혹은 내년 상반기 내에 최종 타결을 목표로 속도감 있는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특히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전략 산업에서의 협력 강화는 양국 모두에게 경제적 안보를 강화하는 윈-윈(Win-Win)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풍부한 인적 자원과 우리의 첨단 기술력이 결합할 경우 아시아 경제권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향후 전개될 협정 개선 과정에서는 실질적인 관세 인하 혜택이 중소·중견 기업까지 골고루 확산될 수 있도록 세밀한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국내 산업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민감 품목에 대한 보호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인도의 거대 구매력을 선점할 수 있는 공격적인 협상 전략을 병행할 방침이다. 이번 뉴델리 협상이 한·인도 경제 협력의 새로운 10년을 여는 이정표가 될 수 있을지 경제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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