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52개국 집결하는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 핵심광물·에너지 공급망 전략 동맹 강화한다

음영태 기자
52개국 집결하는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 핵심광물·에너지 공급망 전략 동맹 강화한다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독자 주최하는 첫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에 52개국 대표와 4개 국제기구 수장이 집결해 경제 및 공급망 협력을 논의한다. 이번 회의는 글로벌 전환기 속에서 핵심 광물과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에 초점을 맞춘다. 양측은 실질적인 상호 협력 확대를 위해 공동 성명을 채택하고 비즈니스 포럼을 통한 민간 교류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한국 정부는 내달 1일 서울에서 아프리카 52개국 대표와 4개 주요 국제기구 수장이 참석하는 첫 독자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는 글로벌 전환기에 대응하기 위한 한-아프리카 파트너십 강화를 목표로 하며 경제 협력과 글로벌 도전 과제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와 에너지 안보 강화라는 실질적 국익 실현을 위한 외교적 토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이달 31일부터 내달 2일까지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외교장관회의와 비즈니스 포럼 형식으로 진행된다. 회의에는 아프리카연합(AU),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AU CDC) 등 대륙 내 핵심 4개 국제기구 수장이 모두 참석한다. 이는 한국이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단순한 원조 대상을 넘어 동등한 경제 파트너로 격상시켰음을 의미한다.

회의의 핵심 의제는 경제협력 강화와 글로벌 도전에 대한 공동 대응으로 압축된다. 조현 외교부 장관 주재로 열리는 세션 1에서는 공동번영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경제 협력 방안이 다뤄진다. 이어지는 세션 2에서는 글로벌 전환기 속에서 한-아프리카 연대를 통해 기후 변화와 보건 위기 등 공동의 위협에 대응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회의 종료 후 공동 성명을 채택할 계획이다.

아프리카는 2024년 기준 인구 약 15억 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30세 이하 인구 비율이 70%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젊고 역동적인 시장이다. AfCFTA 출범에 따라 거대 단일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아프리카는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기회의 땅으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국내 기업의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현지 정부와의 네트워크를 공고히 할 예정이다.

공급망 측면에서도 아프리카의 전략적 가치는 절대적이다. 세계 광물의 약 30%가 매장된 아프리카는 코발트, 망간, 크롬, 백금족 등 4차 산업혁명의 필수적인 핵심 광물 공급원이다. 한국은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주력 산업의 원료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자원 외교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도 핵심 광물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파트너십 체결이 주요하게 논의될 전망이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는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원유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나이지리아, 리비아, 앙골라 등 아프리카 산유국은 중동을 대체할 보완적인 공급처로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로 인해 희망봉을 우회하는 항로가 대체 노선으로 주목받으면서 아프리카 연안 국가들과의 해양 안보 협력 필요성도 증대되는 추세다.

민간 차원의 협력을 구체화하기 위한 한-아프리카 비즈니스 포럼도 내달 2일 병행 개최된다. 포럼에는 성 김 현대자동차그룹 사장과 웸켈레 케베츠웨 메네 AfCFTA 사무총장이 기조연설자로 나서 상생과 공동성장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K-이니셔티브를 주제로 한 세션에서는 코트라와 대우건설 등 주요 기업 및 기관 관계자들이 참여해 현지 비즈니스 성공 사례와 협력 모델을 공유한다.

가나 아크라에서 진행 중인 스마트 복합 산업단지 조성 사업인 빌라세스티 프로젝트는 민관 협력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빅터 로렌스 빌라세스티 대표이사는 이번 포럼에서 한국의 엔지니어링 기술과 아프리카의 자원 및 노동력이 결합한 산업 생태계 구축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한국의 기술력을 아프리카 현지에 이식하여 상호 호혜적인 산업 발전을 도모하는 표준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최근 아프리카의 날 축사를 통해 "다가오는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를 통해 상호 번영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첫해 아프리카를 순방하며 다져온 외교적 기반을 바탕으로 이번 회의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아프리카 내 일부 지역의 정치적 불안정성과 인프라 부족이 경제 협력의 가시적인 성과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투자 보장 협정이나 이중과세 방지 협정 등 법적·제도적 기반이 미비한 국가들이 여전히 존재하며 이는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진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 채택될 공동 성명에는 이러한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실무적인 보호 장치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이번 외교장관회의를 기점으로 한-아프리카 관계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킨다는 구상이다. 2024년 제1회 정상회의 이후 이어진 고위급 교류의 흐름을 제도화하여 정례적인 협의 채널을 가동할 방침이다. 이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한국의 외교 지평을 넓히는 동시에 자원 안보와 시장 다변화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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