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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재개방 기대에도 유가 정상화 '산 넘어 산'… 2027년에나 완전 회복 전망

윤근일 기자
호르무즈 재개방 기대에도 유가 정상화 '산 넘어 산'… 2027년에나 완전 회복 전망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타결 기대감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급락했으나,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병목 현상과 시설 파손으로 인해 실질적인 공급 정상화는 2027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7.15% 하락한 96.14달러를 기록하며 4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으나, 전쟁 이전 대비 여전히 20달러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미국과 이란 간의 지정학적 긴장 완화 조짐에 따라 급락세를 보였으나 시장의 완전한 회복을 낙관하기에는 여전히 구조적 걸림돌이 산적해 있다. 25일(현지시간)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7.15% 하락한 배럴당 96.14달러로 장을 마감하며 지난 4월 하순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 선을 하회했다. 하지만 이러한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시장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 마비와 생산 시설 훼손이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과제라고 지적한다.

호르무즈 해협이 물리적으로 재개통되더라도 즉각적인 원유 공급 정상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페르시아만에 묶여 있는 약 2,000척의 선박을 재배치하는 작업과 이란의 공격으로 파괴된 유전 및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를 복구하는 데 막대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S&P 글로벌 역시 가동을 멈춘 일부 유전을 재가동하여 정상적인 생산량을 확보하기까지는 최대 7개월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해운 업계의 보수적인 운항 재개 판단도 유가 정상화의 속도를 늦추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선사들은 운항을 본격화하기 위해 해협 내 안전이 완벽하게 보장되는 안정적인 상황을 장기간 확인하려 할 것이며, 이는 공급망 복구의 병목 현상을 심화시킨다. 실제 전쟁 전 하루 평균 125~140척에 달했던 호르무즈 해협 통행 선박 수는 이달 들어서도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며, 이란의 검문소 설치와 통항료 부과 등 사실상의 해협 통제가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수장들은 시장이 기대하는 조기 정상화 시나리오에 대해 극도로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 술탄 알자베르 최고경영자(CEO)는 "분쟁이 내일 당장 종료되더라도 전쟁 전 물동량의 80%를 회복하는 데 최소 4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완전한 회복은 2027년 1~2분기 이전에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CEO 또한 현재의 혼란이 6월 중순까지 이어질 경우 석유 시장의 회복 시점은 2027년 이후로 밀려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유국들의 증산 조치가 시장의 결손분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공급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8개 주요 회원국은 5월과 6월에 각각 하루 20만 6,000배럴과 18만 8,000배럴의 증산을 결정했으나, 이는 해협 봉쇄로 차단된 전체 공급량의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징적 수준에 불과하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 등 핵심 산유국들은 해협 봉쇄로 인해 물리적인 수출 경로가 막혀 있어 증산의 실효성이 거의 없는 상태다.

미국 내 셰일 오일 생산 확대 역시 단기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신규 유전 개발에는 수개월의 리드타임이 필요하며, 현재의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급격한 설비 투자를 단행하기에는 기업들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사태를 현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에너지 공급 위기로 규정하며, 단순한 종전 협정 이상의 물리적 복구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중재 과정의 잡음은 시장의 신뢰를 더욱 떨어뜨리는 배경이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협정 타결이 임박했다고 선언했다가 하루 만에 협정 서명 전까지 선박 봉쇄를 유지하겠다며 입장을 번복하여 시장의 혼란을 초래했다. 라보뱅크의 글로벌 전략가 마이클 에브리는 "매번 돌파구가 마련되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실질적인 진전으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었다"며 정치적 수사와 실질적 합의 사이의 간극을 지적했다.

종전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고유가 기조와 그에 따른 통화정책의 경직성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토머스 매튜스는 해협이 열리더라도 에너지 가격이 경제 전반에 미친 충격파가 흡수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봉쇄가 한 달 더 지속될 경우 브렌트유가 하반기 평균 100달러를 상회할 것이며, 장기 봉쇄 시나리오에서는 최고 12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국제 사회는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이라는 단기적 이벤트보다 공급망의 물리적 복원력 회복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에너지 가격의 고공행진이 장기화될 경우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 압력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며, 이는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시점을 더욱 늦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시장은 이제 단순한 협상 타결 소식을 넘어 실질적인 원유 선적과 물동량 회복 지표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극도의 경계감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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