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정용진 신세계 회장 '탱크데이' 사법 리스크 부상, 법조계가 진단하는 형사 책임 성립 요건

이성경 기자
정용진 신세계 회장 '탱크데이' 사법 리스크 부상, 법조계가 진단하는 형사 책임 성립 요건
©연합뉴스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이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으로 경찰 수사 선상에 오르며 법적 책임 소재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법조계는 이번 사건의 성패가 피해자 특정 여부와 비하의 고의성 입증에 달려 있다고 분석하다. 단순한 윤리적 비판을 넘어 실질적인 형사 처벌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법리적 요건 충족이 필수적이다.

경찰은 현재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대상으로 모욕 및 명예훼손 혐의 적용 가능성을 집중 검토하고 있다. 이번 수사는 지난 18일 스타벅스가 텀블러 프로모션 과정에서 사용한 '탱크데이'와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가 5·18 유공자 및 유족을 비하했다는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시작되었다. 법치주의 관점에서 기업 경영진의 발언이나 마케팅 전략이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법률이 정한 구성요건을 엄격히 충족해야 한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성립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은 피해자의 특정 여부이다. 마케팅 문구를 접한 일반적인 제3자가 해당 표현이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명확히 인지할 수 있어야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과거 특정 직군 전체를 대상으로 한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대법원이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는 이번 사건에서도 중요한 참고 기준이 된다.

문제의 문구가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실질적으로 저하시켰는지도 핵심 쟁점이다. 단순히 비윤리적이거나 경건하지 못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는 형사 처벌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해당 표현이 구체적인 사실 적시를 통해 명예를 훼손했거나,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선 경멸적 감정을 담았는지가 규명되어야 한다.

고의성 입증은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가장 까다로운 단계로 꼽힌다. 수사 기관은 마케팅 문구 작성 과정에서 유족들을 모욕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혹은 그러한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예견하고도 방치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사회적 기대감을 충족하지 못한 측면은 있으나, 표현 자체에 욕설이 없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것이 아니기에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하다.

반면 법조계 일각에서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정 날짜와 '탱크'라는 단어의 조합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시각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박인숙 변호사는 "날짜가 특정되고 탱크라는 말이 들어간 이상 누구나 그 의도를 알 수 있으며, 유족들에게 슬픈 날을 축제처럼 만든 것은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지적하다.

실무진과 경영진 사이의 책임 분리 문제도 법리적 판단의 대상이다. 과거 세월호 추모 기간에 부적절한 게시물을 올린 실무자가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으나, 이를 결재 라인 상단에 있는 회장에게까지 확장 적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실무진의 처벌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정 회장 등 윗선에까지 고의성을 인정하기는 상식적으로 쉽지 않다는 견해를 밝히다.

서울고법 판사 출신 변호사는 "모욕과 명예훼손은 고의성이 성립의 핵심인데, 정 회장이 5·18 피해자를 모욕하려는 의도를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하다. 이는 기업의 마케팅 실수가 곧바로 최고 경영자의 형사 범죄로 직결되기 어렵다는 시장 질서와 법리적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수사의 초점은 마케팅 기획자부터 결재 라인 전체에 걸친 의사결정 과정의 정밀한 복기에 맞춰질 전망이다.

경찰은 향후 마케팅 문구의 비하적 성격 규명과 더불어 정 회장과 손 전 대표의 개입 정도를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표현의 자유, 그리고 형사법적 처벌 범위 사이의 경계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효율성을 중시하는 보수적 관점에서는 과도한 사법적 잣대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법치에 근거한 엄정한 팩트 체크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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