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LG에너지솔루션, 혼다 합작법인 건물 자산 3.7조 원에 처분하며 유동성 확보

이성경 기자
LG에너지솔루션, 혼다 합작법인 건물 자산 3.7조 원에 처분하며 유동성 확보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이 일본 혼다와의 미국 합작법인 건물 자산을 3조 7,416억 원에 처분하며 대규모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다. 전기차 수요 정체기 속에서 자산 가치 재평가를 거쳐 단기 투자 부담을 줄이고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확보된 자금은 합작법인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향후 북미 시장 생산 거점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투입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와의 합작회사인 'L-H 배터리 컴퍼니'의 건물 및 관련 장치 자산 일체를 혼다 미국 개발·생산 법인에 매각 완료했다. 이번 처분 규모는 총 3조 7,416억 원으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미국 오하이오주 파이에트 카운티에 위치한 합작공장의 건축물 자산을 대상으로 한다. 토지와 핵심 생산 장비는 이번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여 생산 기반의 핵심 역량과 소유권은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식을 취했다.

당초 지난해 말 공시되었던 예정 처분 금액인 4조 2,243억 원과 비교하면 약 4,800억 원가량 줄어든 수치다. 이러한 금액 조정은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둔화에 따른 외부 평가기관의 시장 가치 재평가 결과가 반영된 것이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자산의 공정 가치를 엄격히 산정한 보수적인 재무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확보된 3조 7,000억 원대의 대규모 자금을 통해 즉각적인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 구조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처분한 건물은 향후 리스(임차) 방식으로 계속 활용하여 공장 운영의 연속성을 보장받으면서도 초기 투자에 따른 현금 유출 부담을 최소화한다. 이는 고정 자산을 유동 자산화하여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이른바 '에셋 라이트(Asset-Light)'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받는다.

합작법인 L-H 배터리 컴퍼니는 지난 2023년 1월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을 목표로 공식 출범한 조직이다. 미국 오하이오주 제퍼슨빌 인근에 건설 중인 신규 공장은 올해 중 본격적인 가동을 앞두고 있으며 북미 시장의 핵심 생산 거점 역할을 수행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고성능 배터리는 혼다와 프리미엄 브랜드 아큐라의 북미 전용 전기차 모델에 전량 탑재될 예정이다.

확보된 자금을 바탕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추가적인 투자 재원을 마련하게 됐다. 대규모 장치 산업의 특성상 초기 시설 투자 비용이 막대하지만, 이번 자산 유동화 조치를 통해 현금 흐름의 유연성을 확보한 것이다. 이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의 재무적 완충 지대를 넓히는 효과를 가져온다.

일각에서는 자산 처분 금액이 당초 계획보다 감소한 점을 들어 전기차 업황 부진의 여파가 기업 가치 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시장 가치 하락에 따른 평가액 조정은 기업의 자산 건전성 측면에서 단기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장기적인 투자 철회나 사업 축소가 아닌, 효율적인 자본 배분을 위한 기술적 조정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산 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조 원대의 현금이 실제로 유입된다는 점은 기업 운영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정체인 '캐즘' 구간을 통과하는 상황에서 현금 보유량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통해 향후 시장 회복기에 대비한 내실 경영에 집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매각 금액은 외부 평가기관의 시장 가치 재평가가 반영된 결과이며, 전기차 시장 둔화 등에 따라 자산 가치가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3조 7,000억 원대 자금 유입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게 되었으며, 이를 통해 합작법인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단기 투자 부담을 완화해 현금흐름을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LG에너지솔루션과 혼다는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넘어 풀하이브리드차(FHEV)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생산 확대까지 검토하고 있다. 북미 시장 내에서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는 급변하는 모빌리티 패러다임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이번 자산 유동화 조치는 안정적인 재무 기반 위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재무적 리스크를 관리하는 '투트랙' 전략은 향후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 모델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현지 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과 더불어 이번 자금 확보는 북미 시장 내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매각이 LG에너지솔루션의 장기적인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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