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삼성전자 2026년 임금합의안 가결 유력하나 6억 대 600만 보상 격차에 노노 갈등 심화

이성경 기자
삼성전자 2026년 임금합의안 가결 유력하나 6억 대 600만 보상 격차에 노노 갈등 심화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도출한 2026년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이 92.4%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며 사실상 가결 궤도에 진입했다. 반도체 부문 조합원의 압도적 비중으로 인해 합의안 통과가 유력시되나, 사업부 간 최대 100배에 달하는 성과급 격차로 인한 내부 분열은 확산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종료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다. 이번 투표는 전체 투표권자 6만 5,503명 중 과반인 3만 2,752명 이상이 참여해야 하며, 그중 다시 과반인 1만 6,376명 이상이 찬성할 경우 최종 가결된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합산 투표율이 이미 90%를 상회함에 따라 투표 성립 요건은 충분히 갖춰진 것으로 분석된다.

조직 내부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조합원들의 결집력이 가결 여부를 결정지을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초기업노조 조합원의 약 80%가 해당 부문 소속이며 특히 메모리사업부 가입자 수가 2만 명을 넘어서는 만큼 찬성표 확보가 용이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대규모 보상안이 포함된 이번 합의안은 해당 부문 직원들에게 실질적인 유인책으로 작용하고 있다.

임금 합의안이 통과될 경우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은 산정 기준에 따라 역대급 수준의 보상을 받게 될 전망이다.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300조 원으로 가정할 때 이들은 자사주 형태의 특별경영성과급 5억 5,000만 원과 연봉의 50%인 초과이익성과급 5,000만 원을 합쳐 총 6억 원 상당을 수령한다. 이는 시장 질서에 따른 성과 중심 보상 원칙이 극대화된 결과로 평가받으며 반도체 인력의 이탈 방지를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반면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의 보상 규모는 메모리 사업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이들 부문은 특별경영성과급 1억 6,000만 원과 초과이익성과급 5,000만 원을 더해 총 2억 1,000만 원의 보상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동일한 반도체 부문 내에서도 공정 및 수익 기여도에 따라 보상 체계가 차등 적용되면서 부서 간의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 부문 직원들은 이번 합의안의 보상 불균형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이 받게 될 보상은 600만 원 상당의 자사주가 전부일 가능성이 높아 메모리 사업부와의 격차는 약 100배에 달하게 된다. 이러한 극단적인 차이는 조직 내 근로 의욕 저하와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며 노노 갈등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디바이스경험 부문 직원들이 주축이 된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은 법적 대응을 통해 투표 절차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동행노조는 초기업노조가 특정 부문의 이익만을 대변하며 자신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 주장하며 수원지방법원에 찬반투표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이는 노사 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노조 간의 법적 분쟁으로 인해 경영상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산업계 전문가들은 성과주의 원칙이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측면이 있으나 내부 통합에는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은 시장 경제의 기본 원칙이나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조직의 근간을 흔드는 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규모 보상이 특정 부문에 쏠리는 현상이 반복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직군 간 협업 구조가 붕괴될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다.

초기업노조 측은 동행노조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절차적 결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동행노조가 잠정합의안 도출 전 공동교섭단에서 스스로 탈퇴했기 때문에 이번 투표에 참여할 권한이 없다는 논리다. 노조 내부의 주도권 싸움이 법정 공방으로 번지면서 향후 삼성전자의 노사 관계는 다자간 갈등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투표 결과가 가결로 확정되더라도 경영진과 노조 지도부에게는 조직 통합이라는 무거운 과제가 남게 될 전망이다. 보상 격차를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생산성 저하와 우수 인력의 부서 간 이동 기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법치와 원칙을 중시하는 보수적 관점에서도 노사 합의의 무결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소외된 부문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삼성전자는 사업부별 성과 산정 방식의 투명성을 높이고 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투표 효력이 정지될 변수가 남아 있으나 현재의 높은 투표율은 변화를 원하는 조합원들의 열망을 반영한다. 노사 양측은 합의안 이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잡음을 최소화하고 경영 정상화를 위한 협력 기조를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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