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소상공인 새출발기금 채무액 31조 원 돌파... 금융권 '부동의'에 가로막힌 재기

윤근일 기자
소상공인 새출발기금 채무액 31조 원 돌파... 금융권 '부동의'에 가로막힌 재기
©연합뉴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재기를 돕는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신청자가 19만 명을 넘어섰으며 누적 채무액은 31조 원을 돌파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신용회복위원회는 지난 4월 말 기준 누적 신청자가 19만 6,320명, 채무액은 31조 1,65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 대비 신청자는 5,464명, 채무액은 8,275억 원 증가한 수치로 자영업계의 경영난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경영 위기가 심화하면서 새출발기금을 통한 채무조정 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4월 말 기준 누적 신청자 수는 19만 6,320명에 달하며 총 채무액은 31조 1,65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말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 사이에 신청자는 5,464명 늘었고 채무액 규모는 8,275억 원이 추가로 확대됐다. 고금리와 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자영업자들의 상환 능력이 한계에 부딪힌 결과로 풀이된다.

채무조정 약정을 체결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받기 시작한 인원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신청자 중 약 67%에 해당하는 13만 2,415명이 4월 말까지 약정 체결을 완료했다. 이들이 체결한 채무 원금 규모는 총 11조 8,985억 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신청액 대비 실제 약정 체결액이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어 실제 구제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실 채권을 캠코가 직접 매입하여 처리하는 매입형 채무조정은 높은 원금 감면율을 보이며 자영업자의 재기를 지원하고 있다. 매입형 지원을 받은 6만 6,933명의 채무 원금은 6조 1,670억 원 규모다. 이들의 평균 원금 감면율은 약 73%로 나타나 채무 부담 경감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원금의 상당 부분을 탕감해 줌으로써 폐업 위기에 몰린 영세 사업자들에게 최소한의 회생 발판을 마련해 주는 셈이다.

금융기관과의 중개를 통해 이자율을 낮춰주는 중개형 채무조정은 이자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총 6만 5,482명이 5조 7,315억 원 규모의 채무에 대해 조정을 확정 지었다. 이들에게 적용된 평균 이자율 인하 폭은 약 5.2%포인트에 달해 매달 지불해야 하는 금융 비용을 크게 낮췄다. 하지만 원금 감면이 없는 중개형의 특성상 원리금 상환 부담 자체를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금융권의 높은 부동의율은 채무조정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저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로 지목된다. 중개형 채무조정의 경우 계좌 수 기준 부동의율이 67.8%에 달해 과반의 신청이 금융기관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는 기금의 혜택이 현장에 온전히 전달되지 못하는 병목 현상을 야기하며 정책의 속도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금융사들이 자산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채무 조정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여신금융업권의 부동의 회신율이 85.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은행권이 64.8%, 저축은행이 62.9%로 그 뒤를 이었으며 상호금융권은 21.7%로 비교적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의 비협조적 태도는 제2금융권을 주로 이용하는 저신용 소상공인들에게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금융권의 자산 건전성 관리 강화가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공적 가치와 충돌하고 있는 형국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정책 성공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건전성 지표 악화와 배임 우려를 무시할 수 없으나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라는 대의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금융사의 손실 분담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 사이의 정교한 균형점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채무조정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시장 질서를 유지하면서도 취약 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 협력 모델이 시급하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채무 탕감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원금의 70% 이상을 감면해 주는 조치가 금융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고 차주들의 상환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전례 없는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 상황에서 자영업자의 연쇄 파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사회적 비용이라는 반론이 더 힘을 얻고 있다. 자영업자의 붕괴는 결국 금융권 전체의 부실로 전이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채무조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금융권과의 협의를 강화할 방침이다. 경기 회복세가 더딘 상황에서 소상공인의 부채 문제는 한국 경제의 잠재적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금리 변동 추이와 자영업 매출 회복 여부가 새출발기금의 추가 운용 방향을 결정할 전망이다. 부채의 연착륙을 유도하면서도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세밀한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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