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서소문 고가 붕괴가 증명한 ‘해체 잔혹사’… 매년 200건 사고에도 재래식 공법 고수하는 안전 불감증

이겨례 기자
서소문 고가 붕괴가 증명한 ‘해체 잔혹사’… 매년 200건 사고에도 재래식 공법 고수하는 안전 불감증
©연합뉴스

 

서울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로 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국내 해체 및 철거 공사 현장의 사고가 매년 200건 이상 반복되며 고착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철거 현장에서만 120명 이상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으며, 사고 원인의 절반 이상이 작업 계획 부실과 구조 검토 미흡 등 인재(人災)에 집중되어 있다. 기술적 진보 없이 과거의 재래식 방식에 의존하는 철거 관행이 대형 인명 피해를 양산하는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 현장의 붕괴 사고는 국내 건설 현장의 고질적인 안전 관리 부실과 해체 공법의 낙후성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다.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해체 현장에서 구조물이 무너지며 작업자와 트럭을 덮쳐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전날 고가 슬라브 절단 중 발견된 침하 현상을 안전진단 하던 과정에서 발생하여 현장 대응 체계의 허점을 노출했다. 도심지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대형 구조물 해체 작업이 얼마나 큰 잠재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지 재확인시킨 결과다.

국내 해체 및 철거 공사 현장의 사고는 특정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구조적 재난에 가깝다. 국토교통부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 분석 결과, 2020년 243건(사망 18명)을 시작으로 2021년 194건(32명), 2022년 207건(16명), 2023년 231건(22명)의 사고가 발생했다. 2024년에는 261건(14명), 2025년에는 248건(19명)으로 집계되어 사고 건수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역시 4월까지 이미 50건의 사고가 발생해 3명이 목숨을 잃으며 안전 공백은 계속되고 있다.

해체 공사는 구조물을 파괴하는 특성상 붕괴와 추락의 위험이 상존하며 특히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심지 작업 비중이 높다. 한국재난정보학회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해체공사 재해 유형 중 추락이 38%로 가장 높았고, 붕괴가 31%, 낙하가 18%로 뒤를 이었다. 전체 해체 공사에서 붕괴와 낙하 사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달해 구조적 안정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임을 시사한다. 지난 2021년 9명의 사망자를 낸 광주 학동 재개발 현장 참사 역시 이번 사고와 유사한 전형적인 붕괴 사고였다.

사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기술적 한계보다는 관리 감독의 부실과 제도적 미비점이 주된 원인으로 파악된다. 해체공사 사고 원인 분석 결과 작업계획서 부재가 27%로 가장 많았으며, 구조 안정성 검토 부족이 24%를 차지했다. 안전 감리 미이행(18%)과 작업자 안전교육 미흡(15%)까지 더해지면 계획 단계의 부실이 전체 사고 원인의 절반을 상회한다. 이는 현장에서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을 위해 필수적인 안전 절차를 생략하거나 형식적으로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대형 구조물 해체 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전문 인력과 기술력은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다. 노후 교량의 증가와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의 활성화로 인해 해체 대상은 점차 고층화되고 대형화되는 추세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수십 년 전의 재래식 파쇄 방식이나 절단 방식에 의존하고 있어 정밀한 구조 계산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언제든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기술 개발과 전문 인력 양성이 시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불균형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토목 구조물 해체 분야는 건축물에 비해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관리 체계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축물 해체 공사의 경우 강화된 법령에 따라 감리 배치가 의무화되는 등 통제가 강화되었으나 교량 등 토목 구조물은 상대적으로 관리가 느슨하다. 한 해체공사 전문 기술사는 이번 사고와 관련하여 토목 구조물 해체 시 별도의 해체 감리가 투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제도적 허점으로 꼽았다. 공공 인프라 해체 과정에서의 안전 확보를 위한 별도의 기준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각에서는 공사 현장의 현실적인 공기 압박과 저가 수주 경쟁이 안전 비용 투입을 저해한다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철거 공사는 건설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에서 신속히 마무리해야 하는 공정으로 인식되어 안전보다는 속도가 우선시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시장 질서 하에서는 강화된 안전 규정이 현장에서 비용 부담으로만 작용하여 실질적인 이행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반복되는 인명 피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안전 투자 비용을 압도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해체 공사의 패러다임을 '단순 철거'에서 '정밀 엔지니어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국내 해체공사는 그동안 2~3층 단독주택 위주로 이뤄져 대규모 구조물 해체 경험과 연구가 부족했다"며 "재래식 방식에 의존해 사실상 무리하게 작업이 진행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어 "앞으로는 20~50층 아파트와 대형 토목 구조물 해체가 본격화할 텐데 전문 인력 양성과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향후 노후 건축물과 사회기반시설의 해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며 이에 따른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단순한 처벌 강화보다는 계획 수립 단계에서의 구조 검토를 법적으로 강제하고, 토목 구조물에 대한 감리 체계를 건축물 수준으로 격상해야 한다. 또한 대형 철거 현장에 적합한 현대적 공법 도입을 장려하여 재래식 방식의 위험성을 제거하는 기술적 혁신이 동반되어야 한다. 안전을 도외시한 효율성은 결국 더 큰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불신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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