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KB금융, '3.4조 가치' 리벨리온과 맞손…국산 AI 반도체로 금융 인프라 주권 확보한다

정휘 기자
KB금융, '3.4조 가치' 리벨리온과 맞손…국산 AI 반도체로 금융 인프라 주권 확보한다
©연합뉴스

 

KB금융그룹이 국내 인공지능 반도체 선두 주자인 리벨리온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한국형 AI 금융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양사는 국산 신경망처리장치 기술을 금융 서비스 전반에 이식해 소버린 AI 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 속에서 금융 자본과 첨단 반도체 기술이 결합한 민간 주도 협력 모델이 본격 가동된다.

KB금융그룹은 27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리벨리온과 전략적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AI 반도체 추론 인프라 고도화에 합의했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과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참석한 이번 협약은 국산 AI 기술의 금융권 확산을 목표로 한다. KB금융은 이를 통해 그룹 내 AI 전환을 가속화하고 자체적인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리벨리온은 AI 추론에 특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으로 최근 시장에서 3조 40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특히 이 회사는 정부 주도의 국민성장펀드로부터 직접 투자를 받은 1호 기업으로 선정되며 기술적 우위와 성장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이번 제휴를 통해 리벨리온은 자사의 고성능 반도체 기술을 KB금융의 금융 서비스 인프라에 최적화하여 제공할 예정이다.

KB금융은 리벨리온의 안정적인 성장을 돕기 위해 사업 운영과 자금 조달, 인력 관리 등 경영 전반에 걸친 포괄적 금융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지원한다.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금융적 토대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이는 대형 금융지주가 첨단 산업의 실질적인 성장 기반을 뒷받침하는 생산적 금융의 전형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두 회사의 인연은 일회성 협력을 넘어 수년간 축적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KB금융은 이미 2022년부터 계열사인 KB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리벨리온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지속하며 파트너십을 다져왔다. 지난해에는 리벨리온을 그룹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KB스타터스'로 선정해 기술 실증과 사업화 과정을 밀착 지원한 바 있다.

이번 협력의 배경에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국가 차원의 AI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소버린 AI'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외산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고 국산 NPU 기반의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데이터 보안과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필수적인 과제다. 금융권의 방대한 데이터를 국산 AI 기술로 처리함으로써 한국형 금융 AI 생태계의 표준을 선점하겠다는 계산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산 NPU의 실제 금융 공정 적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호환성 문제와 글로벌 빅테크와의 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드웨어의 성능뿐만 아니라 이를 구동하는 알고리즘 최적화 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기술적 병목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시장 관계자들은 급격한 기술 변화 속에서 리벨리온의 기술력이 글로벌 시장의 검증을 지속적으로 견뎌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KB금융 관계자는 "국산 NPU 기업과 국내 대표 금융지주가 인프라 강화를 위해 협력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제휴가 금융이 첨단 산업의 성장 지원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생산적 금융의 실천적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양측은 향후 구체적인 실무 협의체를 구성해 반도체 도입 일정과 서비스 적용 범위를 세부적으로 조율할 계획이다.

향후 금융권의 AI 도입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KB금융과 리벨리온의 협력 범위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단순한 서버 구축을 넘어 고객 맞춤형 자산 관리나 실시간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FDS) 등에 국산 NPU가 전면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국 금융 산업이 단순 중개업을 넘어 기술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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