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정부, 핵추진잠수함 원자로까지 '독자 개발' 확정... 핵연료만 美 도입 추진

김영 기자
정부, 핵추진잠수함 원자로까지 '독자 개발' 확정... 핵연료만 美 도입 추진
©연합뉴스

 

대한민국 정부가 핵추진잠수함의 핵심 동력원인 원자로를 국내 기술로 직접 개발하겠다는 공식 방침을 확정했다. 기존 재래식 잠수함 건조 기술과 세계적 수준의 원전 역량을 결합해 독자적인 핵잠수함 건조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핵연료인 저농축우라늄을 미국으로부터 공급받는 방식의 대미 협상에 주력할 계획이다.

정부는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원자로를 포함한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최근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우리 원자로와 조선 기술을 활용한 자주적 건조 의지를 천명했다. 이는 선체부터 동력원까지 국내 역량을 총동원하여 국가 방위의 핵심 자산을 확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정부는 핵잠수함에 국산 원자로를 탑재하고 핵연료인 농축우라늄만 미국에서 도입하는 방식을 추진한다.

국방부는 국내 원자로 관련 기술력이 핵잠수함용 동력원을 개발하기에 충분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미 국내외에서 다수의 원전 건설 및 운용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민수용 소형 원자로 개발 분야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저소음과 저진동 등 군사 작전 환경에 필수적인 특수 기술만 보완한다면 자력으로 군용 원자로를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당국의 분석이다. 원전 강국으로서 축적한 데이터는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핵심 자산이 된다.

3,000톤급 재래식 잠수함 건조를 통해 입증된 세계적 수준의 조선 기술은 핵잠수함 국산화의 든든한 밑바탕이 된다. 잠수함의 선체 설계와 건조 능력이 이미 검증된 상황에서 국산 원자로 기술을 결합하는 것은 기술적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핵잠용 원자로에 3,000톤급 재래식 잠수함 건조로 입증된 기술을 결합한다면 단기간 내 핵잠 개발 및 건조가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독자적인 플랫폼 확보를 통해 작전의 자율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이번 독자 개발 방식은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밀봉된 원자로를 통째로 지원받기로 한 호주의 오커스(AUKUS) 사례와 뚜렷한 차별점을 지닌다. 호주가 획득할 핵잠수함은 고농축우라늄(HEU)을 연료로 사용하며 미국과 영국은 운용 수명 동안 연료 교체가 필요 없는 일체형 용접 원자력 추진 장치 형태로 이를 제공한다. 반면 한국은 원자로 자체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는 길을 선택함으로써 기술적 자립도를 높이는 길을 택했다. 이는 향후 유지보수와 개량 측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원자로를 직접 건조하는 방식은 국제사회의 핵확산 우려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으나 정부는 저농축우라늄 사용을 통해 이를 정면 돌파할 방침이다. 한국은 무기 전용이 불가능한 농축도 20퍼센트 미만의 저농축우라늄을 핵잠수함 연료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호주가 사용하는 고농축우라늄과 달리 저농축우라늄은 핵확산 위험이 현저히 낮아 국제사회를 설득하기에 용이하다는 논리다. 이러한 투명한 연료 정책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상에서 명분을 확보하는 핵심 근거가 된다.

핵연료 도입을 위한 미국과의 협상 및 IAEA 안전조치 체계 구축은 향후 핵잠수함 건조의 성패를 가를 중대한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호주의 경우에도 핵연료 이전 협정을 체결하고 의회 검토를 마치는 데까지 약 3년의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정부 역시 기술적 준비와 별개로 복잡한 국제 정치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는 자체 기술로 건조한다는 전제하에 핵연료 중심으로 협상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호주와는 경우가 상이하다"며 조속한 성과 도출 의지를 보였다.

다만 미국이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을 대중국 견제라는 지정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반면 우리 정부는 자주 국방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호주는 오커스 합의 과정에서 대중국 견제에 기여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명하며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냈다. 한국은 동북아시아의 복잡한 역학 관계 속에서 전략적 자산 확보와 외교적 균형 사이의 정교한 줄타기를 수행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목적의 차이가 향후 대미 협상 과정에서 지연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정부는 미래국방전략위원회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로드맵을 실행에 옮기며 국방력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원자로 국산화 성공 여부는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해군 강국으로 도약하고 자주 국방의 기틀을 다지는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핵잠수함은 단순한 무기 체계 이상의 전략적 가치를 지니는 만큼 범정부 차원의 역량 결집이 요구된다. 앞으로 전개될 국제 협상 결과와 국내 기술 개발 속도에 따라 대한민국 해군의 미래 지형이 완전히 재편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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