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이 첫 토론회에서 반도체 산업 정책과 지역 경제 지표를 둘러싸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국민의힘 양향자, 개혁신당 조응천 후보는 1인당 GRDP 1억 원 달성 가능성과 반도체 특별법의 입법 성과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하며 공약의 현실성을 집중 점검했다.
경기도지사 선거의 향방을 가를 첫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반도체 특별법과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을 핵심 쟁점으로 다루며 상대 공약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경기도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수도권 최대 격전지인 경기도의 미래 비전을 검증하기 위해 마련되었으며 후보 간의 날 선 공방이 90분간 이어졌다. 각 후보는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 확보와 교통 인프라 확충을 공통 과제로 제시하면서도 세부적인 실행 방법론에서는 뚜렷한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교통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 조응천 후보는 추미애 후보의 '출퇴근 30분 시대' 공약이 물리적 한계를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후보는 추 후보의 자택인 하남에서 여의도까지 대중교통 이용 시 1시간 10분이 소요된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며 구체적인 단축 방안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추 후보는 대중교통 이용 경험이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수도권 교통카드 통합 시스템인 '원패스' 도입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반도체 특별법 시행령안을 둘러싼 수도권 역차별 논란은 정책 검증의 최대 분수령으로 작용했다. 조 후보는 정부의 시행령안이 수도권을 배제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추 후보의 모호한 입장을 강하게 질타했다. 추 후보는 정부가 이미 시행령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보도자료를 냈음을 상기시키며 지역 간 갈등을 조장하기보다는 상생 모델로 나아가야 한다는 원칙론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양향자 후보가 내세운 '경기도 1인당 GRDP 1억 원 시대' 공약은 나머지 두 후보로부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집중 포화를 맞았다. 추 후보는 경기도의 세수 구조를 언급하며 반도체 산업의 활황이 곧바로 도 재정 확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도체 세수는 시·군 단위로 귀속될 뿐 경기도의 주된 세원은 취득세에서 나온다"는 것이 추 후보의 설명이며 이는 양 후보의 재정 이해도 부족을 꼬집은 것이다.
반도체 특별법의 입법 주체를 놓고 벌어진 공방은 과거 의정 활동 성과에 대한 정통성 경쟁으로 번졌다. 조 후보는 양 후보가 통과시킨 법안이 엄밀히 말해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이지 흔히 일컫는 반도체 특별법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양 후보는 이에 대해 21대 국회에서 국가첨단전략산업법과 조세특례제한법을 '시즌 1'으로 통과시켰고 22대 국회에서 '시즌 2'를 준비 중이라며 관련 기록을 찾아보면 명확히 드러난다고 반박했다.
선거 자금과 공보물 제작 방식을 둘러싼 후보 간의 감정 섞인 충돌도 발생했다. 양 후보는 조 후보의 선거 공보물이 한 쪽 분량에 불과해 도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조 후보는 경기도 인구가 1,430만 명에 달해 공보물 분량을 한 장 늘릴 때마다 7억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현실적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사재를 턴 무리한 선거 운동보다는 QR 코드를 활용한 효율적인 정보 전달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후보자 개인의 도덕성과 신상 의혹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는 법적 대응까지 거론되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양 후보는 추 후보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휴가 연장 의혹과 평창올림픽 통역병 선발 청탁 의혹을 재차 거론하며 해명을 촉구했다. 추 후보는 이를 근거 없는 사실에 기반한 명예훼손으로 규정하고 법적 책임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조 후보 역시 양 후보의 박사 학위 전공 기재의 적절성을 문제 삼으며 공세를 이어갔다.
사법 체계와 관련된 '공소취소 특검법'의 위헌성 논란도 토론의 주요 대목을 차지했다. 조 후보는 특정 개인을 위해 공소를 취소시키는 법안이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하며 추 후보의 입장을 물었다. 추 후보는 공소 취소의 주체는 검찰이며 이는 검찰의 잘못을 바로잡는 과정이지 개인의 잘못을 덮으려는 시도가 아니라고 답하며 마무리 발언 시간을 할애해 방어에 나섰다.
각 후보가 제안한 교통 대책의 차별점은 유권자들이 주목해야 할 핵심 관전 포인트로 꼽혔다. 조 후보는 앱을 통해 대기 시간을 줄이는 '캐치 버스' 시스템을, 양 후보는 일자리와 주거를 근접시키는 근본적인 도시 설계를, 추 후보는 통합 교통카드 시스템인 '원패스'를 각각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들은 교통 인프라 확충이라는 대전제에는 공감하면서도 기술적 접근과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각기 다른 철학을 보여주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토론회가 정책 검증보다는 상대 후보에 대한 흠집 내기와 감정적 대응에 치우쳤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추 후보는 토론 도중 "정상적인 공약 검증이 아닌 '싸움닭' 식의 시비는 국민들에게 불쾌감을 줄 것"이라며 토론 방식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는 정책의 실효성을 따지는 생산적인 논의보다 정치적 공방이 앞섰던 순간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향후 경기도지사 선거는 반도체 벨트 구축을 통한 경제 성장론과 수도권 교통난 해소를 위한 인프라 확충 방안이 표심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후보들이 제시한 GRDP 1억 원 달성이나 출퇴근 30분 시대와 같은 거대 담론이 실제 도정에서 어떻게 구체화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유권자들은 토론회에서 드러난 각 후보의 정책 이해도와 위기 대응 능력을 바탕으로 경기도의 미래를 맡길 적임자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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