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란 종전 협상 기대감에 국제유가 폭락... WTI 90달러선 한 달 만에 붕괴

윤근일 기자
이란 종전 협상 기대감에 국제유가 폭락... WTI 90달러선 한 달 만에 붕괴
©연합뉴스

 

이란 국영매체의 종전 협상안 보도로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 기대감이 확산하며 국제유가가 5% 이상 급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8.68달러까지 떨어지며 한 달 만에 90달러 선을 밑돌았고, 브렌트유 역시 94달러 선으로 주저앉았다. 시장은 미국과 이란 사이의 비공식 초안에 포함된 병력 철수와 봉쇄 해제 가능성에 주목하며 공급 부족 우려를 덜어내는 모습이다.

이란 국영매체가 종전 협상안 초안을 보도하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 완화와 원유 공급 정상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국제유가를 끌어내렸다. 현지시간 27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5.6% 하락한 배럴당 88.6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20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배럴당 90달러 선이 무너진 것으로, 시장이 체감하는 지정학적 위기감이 급격히 둔화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역시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며 에너지 시장 전반의 가격 하향 압력을 가중시켰다. ICE선물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94.29달러를 기록하며 전장 대비 5.3%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원유 시장 참가자들은 그간 유가를 지탱해 온 전쟁 프리미엄이 이란발 협상 소식과 함께 빠르게 제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이란 국영방송은 이날 양국이 협의 중인 양해각서(MOU)의 비공식 초안을 전격 공개하며 종전 합의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초안에는 미국이 이란 주변에 주둔 중인 병력을 철수하고 이란에 가해진 해상 봉쇄를 전면 해제하는 파격적인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중동의 물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성이 확보되어 원유 수급 불균형이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

이란 측은 미국의 병력 철수와 봉쇄 해제에 대응하여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량을 전쟁 이전 수준으로 복원하겠다는 약속을 내걸었다. 협상안에는 MOU 체결 후 한 달 이내에 군함을 제외한 민간 선박의 통행을 정상화하되, 이란이 항로 지정과 관리를 맡는 조건이 명시되었다. 이 과정에서 오만이 실무적인 협조를 제공하기로 함에 따라 중동 내 새로운 해상 질서 재편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시장 질서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은 이번 보도를 근거로 극단적인 공급 부족 시나리오가 수정되어야 한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비록 백악관이 이란 매체의 보도 내용 중 미군 병력 철수와 관련된 부분을 "날조된 것"이라며 공식 부인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투자자들은 미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의 물밑 접촉이 상당 부분 진척되었을 가능성에 더 큰 무게를 두며 매도세를 이어갔다.

에너지 전문가들 역시 이번 가격 변동이 단순한 심리적 요인을 넘어 수급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라고 진단한다. BOK파이낸셜의 데니스 키슬러 수석 부사장은 "원유 가격에 반영돼 있던 극단적인 글로벌 공급 부족 우려가 완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과도하게 부풀려졌던 유가 거품이 실물 수급 데이터와 합의 가능성에 의해 조정받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원유 시장의 보수적 관점에서는 백악관의 부인과 이란 측 보도 사이의 진실 공방이 향후 가격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변수로 남아 있다. 전체 기사 분량의 약 5퍼센트 수준에서 제기되는 신중론에 따르면, 협상의 실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급락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 위험이 존재한다. 만약 미군 철수와 관련된 합의가 사실무근으로 밝혀질 경우, 유가는 다시금 지정학적 리스크를 반영하며 반등할 소지가 다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법치와 외교적 해결을 통한 시장 안정화 가능성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모양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권이 회복되고 이란의 원유 수출길이 다시 열릴 경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은 이전보다 견고한 안정성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고물가 압력에 시달리던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며 산업 전반의 생산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향후 국제유가는 이란과 미국 간의 공식적인 합의 발표 여부와 실제 병력 이동 및 봉쇄 해제 조치 이행에 따라 방향성을 결정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이란 국영매체의 보도가 단순한 언론 플레이인지, 아니면 실제 종전을 위한 최종 단계의 정보 유출인지를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원유 수급의 핵심인 호르무즈 해협의 관리권 향방은 향후 수년간 글로벌 에너지 안보의 향방을 가르는 결정적 지표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유가 급락은 지정학적 불안감이 지배하던 시장이 이성적인 수급 균형점으로 회귀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사례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최종 타결될 경우 WTI 가격은 추가적인 하향 안정세를 보이며 배럴당 80달러대 중반에서 새로운 박스권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합의 과정에서의 불협화음이 돌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에너지 시장의 높은 변동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란#종전#협상#기대감에#국제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