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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은행 건전성 지표 일제 하락…환율·기업대출 리스크에 자본비율 15.64% 후퇴

정휘 기자
국내은행 건전성 지표 일제 하락…환율·기업대출 리스크에 자본비율 15.64% 후퇴
©연합뉴스

 

국내은행의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BIS 자본비율이 기업 대출 확대와 환율 상승의 여파로 일제히 하락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총자본비율은 15.64%로 전년 말 대비 0.19%포인트 낮아졌으며, 보통주자본비율과 기본자본비율 역시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국내은행의 핵심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본비율이 대내외 경제 변동성 확대로 인해 하락세로 돌아섰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총자본비율은 15.64%를 기록하며 지난해 말보다 0.19%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기업 대출 자산의 가파른 증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자산의 위험가중치가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자본의 질적 구성을 나타내는 세부 지표들 역시 하향 곡선을 그리며 자본 적정성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의결권이 있는 자본을 의미하는 보통주자본비율은 13.41%로 0.09%포인트 하락했고, 기본자본비율 또한 14.66%로 0.13%포인트 줄어들었다. 은행들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이 견조한 수준을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위험가중자산의 팽창 속도가 자본 확충 속도를 앞지른 것이 지표 악화의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

위험가중자산의 증가는 주로 기업 익스포저 확대와 환율 변동에 따른 자산 가치 재평가에서 기인했다. 기업 대출이 늘어나면서 은행이 짊어져야 할 위험 총량이 커졌고, 환율이 상승하며 외화 표시 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늘어나 위험가중자산 규모를 부풀렸다. 결과적으로 보통주자본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분모에 해당하는 위험가중자산의 증가 폭이 이를 상회하면서 비율 자체가 낮아지는 구조적 한계를 보였다.

다만 현재의 자본비율 하락이 은행 시스템 전체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모든 국내 은행의 자본비율은 여전히 금융당국이 설정한 규제 기준을 넉넉하게 웃도는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감독당국의 규제 기준은 보통주자본비율 8.0%, 기본자본비율 9.5%, 총자본비율 11.5%로 설정되어 있으며, 현재 은행권의 지표는 이를 상당 폭 상회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총자본비율 기준으로는 우리·씨티·SC·케이·카카오·토스·수협·수출입은행 등이 16.0% 이상의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견고한 자본력을 과시했다. 반면 BNK금융지주 산하 은행들은 14% 미만의 수치를 보이며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보통주자본비율 측면에서는 씨티·SC·케이·카카오·토스·수협·수출입은행이 14% 이상을, KB·신한·하나·우리·산업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들이 13% 이상을 기록했다.

자본비율 변동 폭에서는 은행마다 뚜렷한 온도 차를 보였으며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의 행보가 두드러졌다. 케이뱅크는 기업공개(IPO) 추진에 따른 자본 확충 영향으로 보통주자본비율이 7.04%포인트 급등하며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우리은행( 0.72%p), 토스뱅크( 0.39%p), 기업은행( 0.04%p), JB금융지주( 0.03%p) 등도 자본 적정성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씨티은행은 보통주자본비율이 3.64%포인트 하락하며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고, 카카오뱅크(-0.97%p)와 수출입은행(-0.94%p) 등도 하락 대열에 합류했다. SC제일은행(-0.79%p)과 수협은행(-0.69%p)을 포함한 총 12개 은행의 자본비율이 전 분기 대비 후퇴했다. 이는 개별 은행의 자산 포괄 범위와 위험 관리 전략에 따라 건전성 지표의 향방이 갈렸음을 시사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자본비율 하락을 두고 은행권의 자산 건전성이 고점을 지나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기업 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상존하고,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환율 불안이 상수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자본비율의 미세한 하락이 당장 위기를 초래하지는 않겠지만, 경기 둔화와 맞물릴 경우 은행의 손실 흡수 능력을 제약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국내 은행의 당기 순이익이 견조한 흐름을 지속했으나, 대출자산 증가와 환율 상승 등에 따라 자본비율이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동 전쟁 등 대내외 리스크 요인 지속과 금리·환율 변동성 확대 등이 건전성 관리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국은 은행권이 안정적인 건전성 기반 위에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자본 적정성 관리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향후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들을 대상으로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강력히 유도할 계획이다.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에 대비해 내부 유보금을 늘리고 자본 확충 계획을 선제적으로 수립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환율과 금리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에서는 위험가중자산의 관리가 은행 경영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국내 은행권은 양호한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거시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대외 리스크가 상존하는 가운데 은행들은 보수적인 자산 운용과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건전성 지표를 방어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규제 기준을 상회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주하기보다, 다가올 경기 변동에 대비한 선제적인 자본 확충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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