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0.6%포인트 상향 조정하며 경기 회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1분기 깜짝 성장이 반영된 결과이나, 중동 전쟁 여파로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 역시 2.7%로 함께 치솟으며 고물가 부담은 더욱 커졌다. 성장의 온기와 물가의 압력이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적인 국면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0.6%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번 조정은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지난 1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1.7%를 기록하며 당초 예상치였던 0.9%를 크게 웃돈 점을 전격 반영한 조치다. 수출 중심의 완연한 회복세가 확인되면서 한은은 한국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강력하다고 판단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향 조정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 경제가 2.6%의 견조한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2월 전망치인 2.0%에서 불과 석 달 만에 눈높이를 대폭 끌어올린 수치로 시장의 일반적인 예상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한은은 지난해 5월 성장률 전망치를 1.6%까지 낮추며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이후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라 꾸준히 전망치를 상향해 왔다. 2024년 11월 1.8%로 시작된 전망치는 이제 2.6%라는 고점에 도달하며 경기 반등의 신호를 명확히 했다.
이번 전망치는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예측치와 비교했을 때도 상당히 전향적인 편에 속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시한 2.5%보다 높으며 주요 투자은행(IB) 8곳의 지난달 말 평균 전망치인 2.4%를 웃도는 수치다. 중동 전쟁 초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1.7%나 국제통화기금(IMF) 및 아시아개발은행(ADB)의 1.9%와 비교하면 한은의 시각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선회했는지 알 수 있다. 이는 한국 금융연구원이 제시한 2.8%보다는 낮지만 국가 기관으로서 매우 과감한 상향 조정으로 평가된다.
내년도 경제 성장 역시 반도체 사이클의 지속성에 힘입어 기존 전망보다 밝을 것으로 예측됐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2월의 1.8%에서 2.1%로 0.3%포인트 상향 조정하며 견조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았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1월 1.9%로 처음 제시한 뒤 지난 2월 1.8%로 낮췄다가 이번에 다시 올리는 결정을 내렸다. 반도체 경기가 내년까지 강하게 지속되면서 전체 수출 실적을 견인하고 이것이 경제 전반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성장의 이면에는 고물가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며 서민 경제의 실질적인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7%로 0.5%포인트 상향 조정하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공식화했다. 중동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국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국내 물가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다. 경제 성장의 과실이 물가 상승으로 인해 상쇄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는 대목이다.
물가 상승 압력은 내년까지 이어져 물가 안정 목표치 달성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또한 2.0%에서 2.3%로 상향 조정되며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제품 및 서비스 가격으로 전이되는 2차 파급 효과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수치에 그대로 드러났다. 이는 금리 인하 시점 등 향후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상당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현재의 경제 지표가 지닌 엄중함을 시사했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를 필두로 한 수출 부문의 성과가 경제 지표 개선을 주도하고 있으나 대외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물가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다. 수출이 경제를 떠받치고는 있지만 물가가 잡히지 않는 이상 가계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차가울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불균형적 성장이 내수 시장의 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수출 편중 성장이 내수 부진의 실상을 가리고 있어 실질적인 체감 경기는 지표와 괴리가 크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반도체 등 특정 산업의 호조가 전체 성장률 수치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고금리와 고물가에 시달리는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기계적인 수치 상향이 서민들의 삶의 질 개선이나 실질적인 소비 활성화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신중론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시장 질서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내수와 수출의 균형 잡힌 성장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향후 한국 경제는 대외 변수의 파고 속에서 성장과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난제에 직면할 전망이다. 중동 분쟁의 전개 양상과 글로벌 금리 경로에 따라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 역시 상당한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과 가계는 성장률 수치에 안주하기보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한 보수적인 자금 운용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리스크 관리가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
수출 중심의 성장세가 내수로 전이되는 속도와 범위가 향후 경기 흐름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도 내수 침체를 방어하기 위한 정교한 정책 조합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관리와 에너지 수급 안정화 대책이 국가 경제의 안녕을 결정지을 것이다. 법치와 원칙에 기반한 경제 운용을 통해 대외 신인도를 유지하는 노력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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