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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2.50% 8연속 동결...물가·성장 전망 일제히 상향하며 '긴축 강화' 시그널

정휘 기자
한은, 기준금리 2.50% 8연속 동결...물가·성장 전망 일제히 상향하며 '긴축 강화' 시그널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며 8회 연속 동결을 결정한 가운데, 올해 물가와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끌어올리며 통화긴축 기조를 강화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기존 2.2%에서 2.7%로, 실질 GDP 성장률은 2.0%에서 2.6%로 상향 조정하며 시장에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중동 분쟁에 따른 고유가와 반도체 수출 호조가 맞물리며 한국 경제는 성장과 물가가 동시에 치솟는 상방 압력에 직면한 상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물가 상승 우려와 성장 전망 개선을 근거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0%에서 묶어두는 매파적 동결을 단행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7월부터 이어진 8연속 동결로, 시장은 금리 유지 자체보다 한은이 내놓은 수정 경제 전망의 공격적인 수치 조정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금리를 일단 동결하고 향후 물가와 성장의 궤적을 면밀히 관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물가 지표는 이미 한은의 관리 목표치를 크게 상회하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를 기록하며 1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특히 석유류 가격은 21.9% 급등해 202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을 보였다. 생산자물가 역시 2.5% 오르며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월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함에 따라 하반기 물가 관리의 난도가 극도로 높아진 형국이다.

농축수산물 가격의 기저효과와 석유류 가격의 고공행진이 겹치면서 5월 물가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7%로 0.5%포인트 상향 조정했으며, 내년 전망치 또한 2.3%로 높여 잡으며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이는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국내 물가에 즉각적으로 전이되는 구조적 취약성이 여전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성장 측면에서도 예상치를 상회하는 강력한 상방 압력이 포착되며 통화 정책의 무게추를 인상 쪽으로 옮기고 있다. 1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 대비 1.7% 성장하며 시장 전망치였던 0.9%를 두 배 가까이 웃도는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 경기 사이클이 예상보다 강하고 길게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6%로 0.6%포인트나 대폭 올렸다.

대외 여건 역시 한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소멸시키고 오히려 인상 가능성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 연준이 중동 전쟁 여파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연내 금리 인하 대신 추가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이 월가에서 제기되는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나들며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수도권 중심의 집값 상승세가 다시 고개를 드는 점도 한은의 긴축 기조를 뒷받침한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금융통화위원들의 향후 금리 경로를 담은 점도표의 이동 궤적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 2월 점도표에서는 위원 대다수가 6개월 뒤 동결을 전망했으나,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인상 의견으로 대거 이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은 내부에서도 금리 인상기 진입을 예고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통화 정책 전환의 '깜빡이'를 켜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일각에서는 중동 분쟁이 실물 경제에 미칠 하방 리스크를 고려할 때 지나친 긴축은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신중론을 제기한다. 국제 유가 급등이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경우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내수 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전체의 약 5퍼센트 비중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한은은 현재의 물가와 성장 지표가 시장 질서 유지와 거시 경제 안정 측면에서 인상 기조를 정당화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이번 전망치 수정이 사실상 하반기 금리 인상을 위한 명분 쌓기라고 분석한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에 관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됐다"며 5월 금통위에서 인상 신호가 나올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김진일 신임 금통위원 또한 취임사를 통해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한층 고조됐다"고 강조하며 매파적 행보에 힘을 실었다.

향후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통화 정책의 긴축 강도를 조절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5월 이후 물가 지표가 한은의 수정 전망 경로를 이탈할 경우, 시장의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자들은 환율 변동성과 가계대출 증가세 등 금융 불균형 지표를 주시하며 한은의 다음 행보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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