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법원, 수영만 요트경기장 강제 철거 제동... 행정심판 재결까지 집행 정지

윤근일 기자
법원, 수영만 요트경기장 강제 철거 제동... 행정심판 재결까지 집행 정지
©연합뉴스

 

부산지법이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을 위한 부산시의 행정대집행에 제동을 걸며 사업 추진이 일시 중단됐다. 재판부는 요트업체들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며 6월 말 행정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고처분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결정으로 부산시의 잔류 선박 강제 반출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으며 민관 갈등은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부산지방법원이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의 핵심 절차인 잔류 선박 강제 반출에 대해 일시 중단 결정을 내렸다. 부산지법 행정 1-2부는 최근 요트업체들이 부산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대집행 계고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을 통해 해당 처분의 집행으로 인해 신청인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명시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부산시가 발부한 행정대집행 계고처분은 부산시 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이 내려지는 6월 말까지 그 효력이 일시 중단된다.

부산시는 수영만 요트경기장의 노후 시설을 현대화하고 세계적 수준의 마리나를 조성하기 위해 대규모 재개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 과정에서 시는 기존 계류장 이용 허가가 만료된 선박들에 대해 자진 이전을 요구했으나 일부 업체들이 이에 불응하며 선박을 잔류시킨 상태다. 부산시는 원활한 공사 착수와 안전 확보를 위해 선박을 기한 내에 옮기지 않을 경우 강제로 이동시키고 관련 비용을 청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행정대집행 계고장은 이러한 법적 절차의 일환으로 발부되었으며 시는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집행을 강조해 왔다.

법원의 이번 집행정지 결정은 행정의 효율성보다 개별 사업자의 회복 불가능한 피해 방지에 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행정심판의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에 강제 집행이 이루어질 경우 발생할 물리적, 경제적 타격이 가역적이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행정 처분의 정당성을 따지기에 앞서 절차적 정당성과 권리 구제의 기회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는 사법부의 보수적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부산시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6월 말로 예정된 행정심판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단행할 방침이다.

행정대집행 절차와는 별개로 부산시는 잔류 업체들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이라는 강력한 행정 제재를 병행하며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시는 이미 일부 불응 업체에 대해 1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데 이어 추가로 90일간의 영업정지 처분까지 통보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요트업체들은 이러한 영업정지 처분에 대해서도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하며 맞서고 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한 상태다. 이에 따라 현재 해당 업체들의 영업정지 처분 효력은 유효하게 발생하고 있어 실제 영업 현장에서는 극심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마리나선박대여업협동조합은 부산시의 이러한 전방위적 압박이 지역 요트 산업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합 측은 영업정지 처분이 가져오는 경제적 타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를 과태료 처분으로 전환해 줄 것을 부산시에 공식적으로 건의했다. 마리나선박대여업협동조합 관계자는 "과태료 전환은 행정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부산 요트레저산업의 사실상 사멸이라는 극단적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비례적이고 합리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행정의 목적이 처벌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질서 유지와 산업 발전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부산시는 업체들의 요구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재개발 사업의 중단 없는 추진을 위해 대체 계류 공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시는 수영만 요트경기장을 떠나야 하는 선박들을 위해 남천마리나 등 인근 시설을 대체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이는 재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을 최소화하고 지역 마리나 산업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체 공간의 수용 능력과 편의 시설 부족 등의 문제로 인해 업체들과의 합의점을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법치주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사태는 공공의 이익과 사유 재산권 보호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부산시는 시장 질서 확립과 효율적인 도시 공간 재창조를 위해 법적 절차를 밟고 있으나 피처분자인 업체들은 생존권을 근거로 저항권을 행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행정 대집행이라는 물리적 수단이 동원되기 전에 이해관계자와의 실질적인 협의와 보상책 마련이 선행되어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부산시가 추진하는 글로벌 마리나 도시 비전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갈등 관리 역량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결국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의 운명은 6월 말로 예정된 부산시 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 결과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행정심판 결과가 부산시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쪽으로 기울 경우 시는 다시 강제 반출 절차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반면 업체들의 주장이 일부라도 받아들여질 경우 재개발 일정의 전면적인 재검토와 추가적인 협의 과정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부산시는 행정심판 결과와 상관없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재개발 사업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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