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삼성전자 '과반 노조' 지위 붕괴 위기, 임협 타결 후 6000명 집단 탈퇴 파장

이성경 기자
삼성전자 '과반 노조' 지위 붕괴 위기, 임협 타결 후 6000명 집단 탈퇴 파장
©연합뉴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가 임금협상 타결 직후 7만 명 선 아래로 급락하며 법적 과반 노조 지위 상실 위기에 직면했다. 협상 결과에 반발한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의 대규모 이탈이 현실화되면서, 향후 노사 교섭의 주도권 재편과 조직 분열에 따른 경영 리스크가 고조되는 형국이다.

삼성전자 내 최대 세력을 보유한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지부(이하 초기업노조)의 조합원 수가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도출 이후 일주일 만에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초기업노조 가입자 수는 전날 오후 6시 기준 69,935명으로 집계되어, 교섭 과정 중 기록했던 76,000여 명 대비 6,000명 이상이 조직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임금협상 결과가 특정 사업부의 이해관계만을 대변했다는 내부 불만이 집단행동으로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법적 근로자 대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마지노선인 과반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사측과의 향후 교섭 주도권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초기업노조가 안정적인 과반 노조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체 임직원의 절반 수준인 약 64,500명 선을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이탈 행렬이 멈추지 않아 과반 지위를 상실할 경우, 고용노동부로부터 승인받은 법적 대표성이 약화되어 내년도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하게 된다.

이번 이탈 현상의 핵심 동력은 스마트폰과 TV, 가전을 담당하는 DX 부문 소속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 기인한다. 현재 초기업노조 내 DX 부문 조합원은 약 5,000여 명 수준으로 추산되는데, 이들 사이에서는 이번 합의안이 반도체(DS) 부문에 편중되었다는 정서가 팽배하다. DX 부문이 대거 이탈할 경우 초기업노조는 사실상 DS 부문만을 대변하는 '반쪽짜리 노조'로 전락하여 조직의 대의명분이 크게 훼손될 위험이 크다.

초기업노조의 세가 약화되는 사이 제2노조와 제3노조는 반사이익을 누리며 몸집을 급격히 불리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조합원은 28일 오전 기준 20,600명으로 늘어났으며, 이는 일주일 만에 5,000명가량이 순증한 수치다. 제3노조인 동행노조 역시 지난 20일 2,600명대에서 현재 15,936명으로 불어나며 잠정 합의안에 실망한 DX 부문 직원들의 새로운 결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임금협상 찬반투표 결과에서 나타난 극명한 온도 차이는 삼성전자 내부의 고질적인 부문 간 갈등과 노노(勞勞) 갈등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 초기업노조 내부 투표에서는 80.6%라는 압도적 찬성률이 기록된 반면, 전삼노에서는 찬성률이 21.1%에 그치며 극심한 견해차를 보였다. 이러한 수치는 DS 부문 인력들이 실리를 택해 합의에 찬성한 것과 달리,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DX 부문 인력들은 전삼노나 동행노조로 거처를 옮기며 투쟁 강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노조 집행부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인적 쇄신과 재신임 투표라는 배수의 진을 치며 사태 수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DX 부문 집행부를 재구성해 해당 부문을 전담하여 챙길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며 "교섭 담당 부위원장을 교체하고 사무국장을 현장으로 복귀시키는 등 강력한 인적 쇄신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집행부는 오는 6월 중 재신임 투표를 통해 조직의 정당성을 다시 묻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돌아선 DX 부문의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노조의 양적 팽창 이후 겪는 질적 성장의 진통이라는 분석과 함께, 노조 간 선명성 경쟁이 기업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동시에 제기한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과반 노조 지위가 흔들리면 복수 노조 체제하에서 사측은 협상 파트너를 선정하는 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노조 내부의 계층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노사 관계의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법치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시장 질서 측면에서 노사 모두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삼성전자의 노사 관계는 초기업노조의 과반 유지 여부와 새롭게 세를 불린 전삼노 및 동행노조 간의 주도권 경쟁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6월로 예정된 재신임 투표 결과는 향후 삼성전자 노조 지형도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사측 역시 분열된 노심(勞心)을 통합하고 조직 안정을 꾀해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되었으며, 이는 생산성 유지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본질적 과제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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