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현장 부재와 통계 공백에 국무회의 오답까지... 성평등부 행정 무력증 논란

이겨례 기자
현장 부재와 통계 공백에 국무회의 오답까지... 성평등부 행정 무력증 논란
©연합뉴스

 

성평등부가 여성폭력 범죄 현장에서의 대응 지연과 공식 통계 부재로 행정력 부실 논란에 직면했다. 원민경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핵심 정책인 양육비 선지급제의 법적 절차를 잘못 답변하며 전문성 부족 지적까지 더해졌다. 정부는 내달부터 범죄통계 원표 수정에 착수하는 등 뒤늦은 수습에 나섰으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비판이 높다.

성평등부가 여성폭력 대응의 주무 부처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여성계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주요 강력범죄 현장에서 부처 관계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거나 대응 시점이 늦어지면서 행정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형국이다. 특히 국가 차원의 공식적인 여성폭력 통계조차 미비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정책 수립의 기초가 되는 데이터 관리 능력까지 의심받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열린 '강남역 살인사건' 10주기 추모 집회에는 시민 500여 명이 참석했으나 성평등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주최 측은 행사 전후로 부처와의 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성평등부 역시 개인 자격의 참여 가능성만 열어둔 채 공식 불참 사실을 인정했다. 이는 부처의 존재 이유인 여성 권익 보호와 폭력 예방이라는 상징적 행보에서 스스로 물러난 것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사건 현장 대응에서도 성평등부의 속도는 시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 5일 광주 광산구에서 발생한 여고생 살인사건 당시 원민경 장관은 사건 발생 엿새가 지나서야 현장을 방문하고 유가족을 면담했다. 이미 장례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시점에 이루어진 방문을 두고 여성계에서는 '늦참' 행정이라는 비판과 함께 현장 감수성 결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차원의 공식 통계 부재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거론된다. 한국여성의전화가 발표한 '2025년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친밀한 관계나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총 231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는 언론 보도를 토대로 한 민간 차원의 집계일 뿐, 성평등부가 작성하는 공식 통계에는 일면식 없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이 포함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현행 여성폭력방지법에 따른 통계는 전·현 배우자와 애인 등 특정 관계 내 폭력으로 범위를 제한하고 있어 범죄의 실상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 김수정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은 "영국이나 호주 등 주요 선진국은 여성폭력 피해 전수를 파악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무엇을 여성폭력으로 정의할지에 대한 명확한 관점조차 정립하지 못한 상태다"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정책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데 필요한 기초 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성평등부의 행정 전문성 논란은 국무회의 현장에서도 불거졌다. 지난 20일 원민경 장관은 양육비 선지급 제도와 관련한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 두 차례나 오답을 내놓았다. 선지급금 회수 절차가 국세 체납 처분의 예에 따름에도 불구하고 별도 절차에 의한다고 답변했으며, 법원 판결 없이도 협의이혼 등 집행권원만 있으면 가능한 선지급 신청 조건을 반드시 판결이 있어야 한다고 잘못 설명했다.

부처 측은 원 장관의 답변이 집행권원이라는 포괄적 개념을 설명하려던 취지였다고 해명했으나, 핵심 정책의 법적 근거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렵다.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복지 제도의 집행 기준을 주무 장관이 오인하는 것은 행정 신뢰도를 실추시키는 중대한 사안이다. 법치 행정의 원칙상 법령에 근거한 정확한 답변과 집행은 공직자의 기본 책무이기 때문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성평등부는 내달부터 국가데이터처, 대검찰청, 경찰청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하여 범죄통계 원표 수정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기존 '제3자 대상 분풀이'나 '사회에 대한 적대감' 등으로 분류되던 이상동기 범죄 유형을 세분화하여 여성폭력 통계를 고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스토킹과 교제 폭력 등 관계성 범죄에 대한 판례 분석을 통해 처벌 수위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이러한 사후약방문 격의 대책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다. 통계 체계의 개편은 단기간에 완성되기 어려우며, 부처 간 이해관계 조정과 법적 근거 마련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장 중심의 행정과 정확한 통계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성평등부가 내놓는 어떠한 대책도 공허한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사안에서 행정의 무력증은 곧 국가 시스템의 실패로 직결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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