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평양 거쳐 서울 온 싱가포르 외교장관… 조현·정동영과 연쇄 회담하며 북한 기류 전달

김영 기자
평양 거쳐 서울 온 싱가포르 외교장관… 조현·정동영과 연쇄 회담하며 북한 기류 전달
©연합뉴스

 

정부는 평양을 방문하고 직행한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장관과 연쇄 회담을 갖고 북한의 최근 동향 파악 및 대화 여건 조성을 위한 아세안 차원의 협력을 공식 요청하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싱가포르가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해 수행하는 건설적 역할에 사의를 표하며 향후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기로 합의하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고 한반도 정세와 양국 간 경제 협력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하다. 이번 회담은 발라크리쉬난 장관이 지난 26일 평양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회담을 마친 직후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북한의 내부 기류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외교적 접점으로 평가받다. 조 장관은 싱가포르 측으로부터 방북 소감을 상세히 청취한 뒤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여건 조성에 싱가포르를 포함한 아세안 국가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하다.

싱가포르 외교수장의 이번 동북아 순방은 중국과 북한을 거쳐 한국으로 이어지는 긴박한 일정 속에 한반도 문제의 중재자로서 싱가포르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이달 24일부터 중국과 북한을 차례로 방문했으며 평양에서는 북한 외교의 핵심 인사인 최선희 외무상과 대면하여 국제 사회의 우려와 입장을 전달하다. 북한을 방문한 외교 사절이 곧바로 남한을 찾아 정세 설명을 진행하는 것은 극히 드문 사례로, 정부는 이를 통해 북한의 숨은 의중을 간접적으로 파악하는 데 주력하다.

양국 장관은 한반도 문제를 넘어 경제 및 첨단 산업 분야에서의 호혜적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로 뜻을 모으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한국과 싱가포르가 자유무역과 다자주의라는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전략적 우방임을 재차 확인하며 교역과 투자 확대를 제안하다. 특히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및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분야에서 양국 간의 협력을 심화하여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함께 높여 나가기로 합의하다.

국제 안보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됨에 따라 양측은 중동 지역의 안정과 해상 통항의 자유가 양국의 경제 안보에 직결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주요 국제 항로의 안전 보장이 통상 국가인 한국과 싱가포르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 공감하며 관련 정보 공유를 강화하기로 하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는 시점에서 해양 안보를 위한 양국의 전략적 공조가 필수적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역시 당일 이른 아침 일정을 확정하고 발라크리쉬난 장관과 별도의 면담을 진행하여 대북 정책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전개하다. 면담의 구체적인 내용은 양측의 협의에 따라 비공개에 부쳐졌으나 북한의 최근 내부 사정과 대남 메시지의 성격에 대한 분석이 오갔을 것으로 관측되다. 정 장관은 면담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면담 요청 주체에 대한 질문에 "한반도 문제에 관한 싱가포르의 건설적인 역할에 대해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언급하며 싱가포르의 중재 노력을 높게 평가하다.

다만 외교가 일각에서는 싱가포르의 이러한 중재 행보가 실제 북한의 실질적인 태도 변화나 비핵화 대화 복귀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다. 북한이 최선희 외무상을 통해 전달한 메시지가 기존의 원칙적인 입장을 되풀이했을 가능성이 크며 아세안의 외교적 영향력이 북핵 문제의 본질적 해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가 수행하는 메신저 역할이 자칫 북한의 시간 벌기 전략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보수적인 시각에서 제기되는 비판 중 하나이다.

정부는 이번 연쇄 회담에서 확보된 북한 관련 데이터를 정밀 분석하여 향후 대북 정책 및 아세안 외교 전략 수립에 반영할 방침이다. 싱가포르와의 긴밀한 소통 채널을 유지함으로써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국제 사회의 대북 압박과 대화 유도라는 투트랙 전략의 실효성을 높여 나갈 것으로 보이다.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한 다각적인 외교적 노력이 실질적인 긴장 완화와 대화 국면 전환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향후 추이가 주목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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