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20조 재원 활용과 통합 정당성 격돌, 전남광주통합시장 후보들 ‘졸속 행정’ 대 ‘압도적 성장’ 공방

김영 기자
20조 재원 활용과 통합 정당성 격돌, 전남광주통합시장 후보들 ‘졸속 행정’ 대 ‘압도적 성장’ 공방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20조 원 규모의 통합 재원 배분 방식과 행정 통합의 절차적 정당성을 놓고 후보 간의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후보는 중앙정부와의 호흡을 통한 성장을, 국민의힘 이정현 후보는 일당 독점 타파와 대기업 유치를, 정의당 강은미 후보는 민주당 견제와 노동 중심 전환을 각각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특히 주민투표 없는 통합 과정의 적절성과 반도체·AI 산업의 실현 가능성이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며 초대 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둔 지역 민심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초대 선거를 앞두고 열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각 진영은 통합특별시의 미래 설계도와 지역 정치 구도를 놓고 선명한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후보는 이재명 정부와의 국정 호흡을 바탕으로 한 성장 동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집권 여당 후보로서의 무게감을 강조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이정현 후보는 민주당의 지역 독점 구조가 가져온 폐해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보수 야당 후보에 대한 30% 이상의 지지를 호소했다. 정의당 강은미 후보는 국민의힘 심판과 민주당 견제를 동시에 역설하며 행정 통합이 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정 구역 통합의 속도와 절차적 정당성은 토론 초반부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며 후보 간 시각차를 명확히 드러냈다. 이정현 후보는 주민투표조차 거치지 않고 두 달 만에 추진된 광주·전남 통합을 졸속 행정의 전형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주민투표 한번 없이 진행되는 거대한 통합은 결국 재앙이자 난파선이 될 수 있다"며 절차적 정당성 결여가 초래할 부작용을 경고했다. 민형배 후보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시민들이 통합 이후의 삶의 질 향상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을 들어 성장을 통한 갈등 해결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지역의 미래 먹거리인 첨단 산업 정책을 놓고도 후보들은 구체적인 수치와 실현 가능성을 따지며 날 선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정현 후보는 민형배 후보가 제시한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이 기초적인 인프라 검토 없이 진행되는 희망 고문에 불과하다고 공격했다. 특히 반도체 설계와 제조 공정의 차이를 언급하며 현장의 실정을 모르는 공약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민 후보는 광주의 연구개발 역량을 제조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해 반도체 팹 유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로 맞서며 현장 확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통합특별시 운영의 핵심 동력이 될 20조 원 규모의 재원 활용 방안에서는 후보별 가치관에 따른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다. 민형배 후보는 해당 재원을 초첨단 산업 투자와 기업 유치, 인재 양성 및 사회안전망 확충에 균형 있게 배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시민주권 정부를 1호 공약으로 내세우며 대학과 연계한 전략 산업 육성을 통해 지역 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는 중앙 권력과의 유대를 바탕으로 대규모 투자를 끌어내겠다는 효율성 중심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정현 후보는 20조 원의 재원을 10개 대기업 유치에 집중 투입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시장 중심의 해법을 제시했다. 반도체, 이차전지, 전기차, 방위산업 등을 4대 전략 분야로 설정하고 청년 도시 조성과 외국인 유학생 10만 명 유치를 통해 지역의 인구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하겠다고 약속했다. 강은미 후보는 재원의 우선순위를 재생에너지와 탄소중립 산업 전환, 광역철도망 구축 등 공공성 강화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특별시를 핵심 공약으로 제안하며 정의로운 전환 기금 설치를 통해 소외 없는 통합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치적 상징성이 큰 5·18 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역 정서에 부합하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도 책임론에 있어서는 온도 차가 감지됐다. 민 후보와 강 후보가 국민의힘 일부 인사의 발언 논란과 수록 무산 책임을 지적하자 이 후보는 당내의 부적절한 행태에 대해 송구하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몸을 낮췄다. 하지만 이 후보는 민주당 일당 독점이 지역 발전을 저해해 왔다는 논리를 지속적으로 펴며 정치적 경쟁 체제 도입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역 내 자원 배분 갈등과 청사 위치 선정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공론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강은미 후보는 행정 통합이 단순한 구역 합치기를 넘어 시민 공론화위원회를 통한 공개적인 조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결정해야 통합의 시너지가 발생한다"는 것이 강 후보의 핵심 주장이다. 이러한 관점은 효율성을 중시하는 거대 양당의 접근 방식에 대한 견제구 역할을 수행하며 토론의 다양성을 확보했다.

초청 대상에서 제외된 후보들도 별도의 토론을 통해 민주당 독점 체제에 대한 비판과 독자적인 경제 구상을 밝히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진보당 이종욱 후보는 삼성 반도체 산단의 지역 분산 배치와 신생아 미래펀드 조성을 통해 일당 독점의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선언했다. 무소속 김광만 후보는 취임 3개월 이내에 시민 중심 경제도시 구상을 실현하여 망가진 지역 경제를 바로잡겠다는 급진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기존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한 민생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주장하며 대안 세력으로서의 가치를 피력했다.

이번 토론회는 통합특별시라는 거대 행정 단위의 출범을 앞두고 후보들의 정책적 역량과 가치관을 검증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조 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의 향방과 산업 구조 재편의 구체적 방법론이 제시됨에 따라 유권자들의 판단 기준도 명확해질 전망이다. 다만 통합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이나 졸속 추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당선 이후의 사회적 합의 도출 과정이 통합특별시 안착의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선거 운동 기간 동안 각 후보가 제시한 공약의 현실성과 재원 조달의 구체성이 유권자들의 최종 선택을 좌우할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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