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상판 붕괴 사고가 발생하기 전 12시간 동안 승객을 태운 열차 59대가 위험 구간을 그대로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량 대들보 역할을 하는 거더가 29㎜나 침하하는 등 뚜렷한 붕괴 징후가 포착됐음에도 즉각적인 선로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대형 참사가 발생할 뻔했다는 지적이다.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당일 새벽부터 사고 직전까지 고속열차와 전동열차를 포함한 수십 대의 열차가 붕괴 위기에 처한 교량 아래를 통과했다. 서울시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지난 26일 오후 2시 33분까지 총 166대의 열차가 해당 구간을 지났다. 이 중 승객이 탑승한 열차는 59대로 확인되었으며 이는 수천 명의 시민이 심각한 안전 위협에 노출되었음을 방증한다.
열차 종류별로는 KTX 등 고속열차가 28대, 전동열차가 31대로 파악되었다. 승객이 타지 않은 채 이동한 회송 열차와 화물열차, 시운전 열차, 모터카 등도 107대에 달해 총 통과 차량은 166대로 집계되었다. 특히 사고 발생 불과 5분 전에는 승객 42명을 태운 KTX 열차가 고가 아래를 지나는 아찔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사고 1분 30초 전에도 무궁화호 열차가 이 구간을 통과한 것으로 확인되어 간발의 차로 대형 인명 피해를 피했다는 분석이다.
사고의 결정적 전조는 이미 당일 새벽 야간작업 과정에서 감지되었으나 적절한 대응 체계는 작동하지 않았다. 교량의 하중을 지탱하는 핵심 구조물인 거더가 29㎜가량 내려앉는 단차가 발생했음에도 현장 통제는 즉시 시행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교량 구조물에 이 정도 수준의 수직 변위가 발생했다면 즉각적인 열차 운행 중단과 하부 도로 차단이 이루어졌어야 한다고 비판한다. 국가 기간 시설의 안전을 관리하는 행정 당국의 판단력이 마비되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관 기관 사이의 정보 공유 부재와 소통 단절은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코레일 측은 "당일 새벽 야간작업 시 단차가 발생한 사실이나 주간 안전진단 시행 여부를 시공사와 서울시로부터 전달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철도 운영 주체인 코레일이 선로 상부의 위험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채 열차를 투입했다는 사실은 재난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을 의미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으로 이어진 셈이다.
서울시는 이상 징후 발견 후 전문가와 합동 안전진단을 벌이며 통제 여부를 검토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교량의 상태를 정밀하게 진단하여 철도와 도로의 통제 범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장의 물리적 붕괴 징후가 명확한 상황에서 행정적 절차를 우선시한 판단은 효율성 중심의 위기 관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법치와 원칙에 기반한 안전 관리가 현장의 경직된 관료주의에 가로막힌 형국이다.
이번 사고는 공공 인프라 관리 시스템의 신뢰 자본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서울 도심의 핵심 교통축인 서소문 고가차도의 기능 상실은 주변 지역의 극심한 교통 혼잡과 물류 차질을 야기하고 있다. 철도 안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고조되면서 국가 주요 시설물에 대한 관리 감독 체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고 예방을 위한 선제적 조치가 실종된 자리에 행정 편의주의만 남았다는 냉소적 반응이 주를 이룬다.
다만 일각에서는 교량 철거와 같은 복합적인 공사 현장에서 실시간 변위 데이터를 즉각적인 운행 통제로 연결하기에는 기술적 한계가 존재했다는 시각도 있다. 안전진단 과정에서 통제 범위를 결정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다 대응 시점을 놓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는 행정적 판단이 결과적으로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든 원인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비난보다는 시스템의 결함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냉철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서울시는 현재 사고 현장에 대해 40시간 규모의 긴급 완전 철거 작업을 진행하며 추가 사고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8일 오후부터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주변은 전면 통제되었으며 철거 장비가 투입되어 상판 해체 작업이 시작되었다. 국토교통부와 관계 당국은 이번 사고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시공사와 서울시, 코레일 간의 업무 협조 과정을 정밀 조사할 방침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과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건설 현장과 철도 운영 주체 간의 실시간 정보 공유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구조물의 미세한 변동 사항이 즉각적으로 열차 관제 시스템에 연동되는 지능형 안전 관리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유기적인 협력과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번 서소문 고가 사고는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에 대한 뼈아픈 경고장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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