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HBM 신화' 이석희 SK온 사장 용퇴, 이용욱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

이성경 기자
'HBM 신화' 이석희 SK온 사장 용퇴, 이용욱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
©연합뉴스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이 건강과 체력 문제를 사유로 사임 의사를 밝히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이 사장은 북미 합작법인 구조개편과 분기 흑자 달성 등 주요 경영 현안을 마무리하고 5월 말 소임을 마칠 예정이다. 이에 따라 SK온은 기존 각자 대표 체제에서 이용욱 사장 단독 체제로 전환하여 사업 안정화에 주력한다.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이 건강 악화와 체력 저하를 이유로 CEO 직위에서 사임한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이 사장은 28일 사내 구성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이번 달을 끝으로 SK온의 수장으로서 역할을 마무리하겠다는 소회를 전달했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사임 시점을 고민해 왔으나 미국 합작법인 종결과 같은 중대한 경영 사안을 매듭짓기 위해 퇴임 시기를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퇴임 직전까지 북미 지역 배터리 사업의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SK온은 지난 21일 포드와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의 구조개편을 완료하고 미국 테네시 공장을 단독 법인으로 전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선제적 조치는 기업의 차입금 부담을 낮추고 장기적인 경영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결단으로 평가받는다.

정통 엔지니어 출신인 이 사장의 퇴진은 이차전지 업계 전반에 상당한 무게감을 던져준다.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인텔에서 기술상을 세 차례나 수상한 독보적인 기술 전문가다. 1990년 현대전자에 입사한 이후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을 아우르며 쌓아온 36년의 경력은 SK그룹의 핵심 자산으로 기능해 왔다.

SK하이닉스 CEO 재임 시절 이 사장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 기술 개발을 주도하며 한국 반도체의 위상을 높였다. 그는 세계 최초로 HBM2E의 양산에 성공하고 HBM3 개발을 이끌며 차세대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2023년 12월 SK온의 구원투수로 투입된 이후에도 이러한 기술 중심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사업 체질 개선을 진두지휘했다.

이 사장 부임 이후 SK온은 글로벌 생산 공장의 수율을 안정화하고 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러한 노력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져 2024년 3분기에는 독립 법인 출범 이후 최초로 분기 흑자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 사장은 "이차전지 산업의 중심에서 구성원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영광이었다"며 사임의 변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캐즘 현상이 지속되는 민감한 시기에 기술 수장이 물러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주력 시장인 북미 지역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경영진의 변화가 사업 연속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차세대 배터리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시점이라 엔지니어 출신 CEO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가 향후 과제로 꼽힌다.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SK온은 이용욱 사장 단독 대표 체제로 신속히 전환한다. 이용욱 사장은 지난해 10월 SK실트론에서 자리를 옮긴 이후 소재와 제조업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 사장과 호흡을 맞춰왔다. 이 사장은 기술과 고객 관리에 집중하고 이 사장은 사업 전반의 효율성을 챙기는 각자 대표 체제였으나 이제는 이 사장이 단독으로 키를 잡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석희 사장이 건강상 이유로 용퇴하지만 그가 닦아놓은 기술적 토대와 재무 구조 개선의 성과는 향후 SK온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SK온은 이용욱 사장 지휘 아래 에너지저장장치 사업 확대와 글로벌 고객사 다변화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질서의 변화 속에서도 법치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영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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