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1.5억 벌금' 불복한 정몽규 HDC 회장, 계열사 누락 혐의로 결국 정식 재판 간다

이겨례 기자
'1.5억 벌금' 불복한 정몽규 HDC 회장, 계열사 누락 혐의로 결국 정식 재판 간다
©연합뉴스

 

정몽규 HDC 회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부과된 벌금 1억 5000만 원의 약식명령에 불복하고 법원에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정 회장은 지난 2021년부터 4년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 제출 과정에서 총 20개의 계열사를 누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재판은 대기업 총수의 신고 의무 이행에 대한 법적 책임의 무게를 가늠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몽규 HDC 회장은 최근 법원의 약식명령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로 서울중앙지법에 정식 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지난 15일 법원이 내린 벌금 1억 5000만 원의 약식명령에 대해 최근 불복 절차를 밟았다. 해당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이환기 판사가 심리할 예정이며 향후 법정 공방을 통해 팩트의 유무죄를 다투게 된다. 정 회장 측의 이번 결정은 약식명령 결정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행사할 수 있는 피고인의 법적 권리에 따른 조치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정 회장은 지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가족 소유의 계열사들을 대거 누락했다. 연도별 누락 현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1년 17개, 2022년 19개, 2023년 19개, 2024년 18개로 파악되었으며 중복된 기업을 제외하면 총 20개 계열사가 명단에서 빠졌다. 이는 기업 집단의 규모와 지배 구조를 명확히 파악하여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려는 공정거래법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 간주된다. 정 회장은 HDC의 동일인으로서 해당 자료의 정확성을 담보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지고 있다.

누락된 계열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정 회장의 친인척들이 지배하는 기업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SJG홀딩스를 포함한 12개 업체는 정 회장의 외삼촌인 박세종 SJG세종 명예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기업으로 공정위 조사에서 드러났다. 또한 인트란스해운 등 나머지 8개 업체는 정 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씨와 그의 남편 김종엽 인트란스해운 대표 일가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이 대기업 집단 소속에서 제외될 경우 공정거래법상 각종 규제와 감시망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질서 왜곡 우려가 제기된다.

공정위는 정 회장이 HDC의 동일인으로 지정된 2006년부터 2024년까지 최장 19년에 걸쳐 이 같은 허위 자료 제출이 이어져 온 것으로 판단했다. 장기간에 걸친 누락 행위는 단순한 실무적 착오를 넘어선 구조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당국의 시각이다. 다만 형사 처벌의 기준이 되는 공소시효 5년을 고려하여 2021년 이후에 발생한 누락 행위에 대해서만 사법 제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검찰은 공정위의 고발 내용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한 뒤 지난달 6일 정 회장을 벌금 1억 5000만 원에 약식기소한 바 있다.

약식명령은 비교적 사안이 가볍다고 판단될 때 정식 공판 절차 없이 서면 심리만으로 벌금이나 과료를 부과하는 절차다. 하지만 피고인이 이에 불복하여 정식 재판을 청구하게 되면 법원은 일반적인 형사 재판과 동일하게 증거 조사와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게 된다. 정 회장 입장에서는 벌금형이라는 재산형의 무게보다 기업 총수로서 입게 될 도덕적 타격과 법적 상징성을 고려해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 과정에서는 자료 누락의 고의성 여부와 실무진의 단순 실수 가능성 등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기업 총수의 계열사 신고 의무가 시장의 투명성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장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집단의 계열사 명단은 상호출자나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 거래를 감시하는 기초 자료이기 때문에 엄격한 관리가 요구된다"며 "총수가 직접 서명하여 제출하는 자료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이 뒤따르는 것이 법치주의의 원칙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재판 결과는 향후 다른 대기업 집단 총수들의 신고 관행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자료 누락이 기업 지배 구조의 복잡성에서 기인한 행정적 착오일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친인척이 운영하는 기업의 경우 경영권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 동일인이 실질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 있다는 논리다. 기계적 중립성 측면에서 볼 때 정 회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이러한 현실적 한계와 고의성 부재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 집행의 형평성과 대기업에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할 때 법원이 어느 정도의 참작을 할지는 미지수다.

향후 전개될 정식 재판에서는 공정거래법 위반의 고의성을 입증하려는 검찰과 이를 방어하려는 정 회장 측의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특히 19년이라는 장기 누락 기간 중 공소시효 내의 행위들에 대해 정 회장이 어느 정도까지 인지하고 있었는지가 유무죄의 관건이 될 것이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법원이 내릴 최종 판단은 향후 대기업 지배 구조 개선과 공정 거래 질서 확립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독자들은 이번 재판을 통해 대기업 총수에게 부여된 법적 의무의 엄중함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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