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병원 입원실 남녀 강제 구분 규제 폐지... 부부·가족 동반 입원 허용한다

이겨례 기자
병원 입원실 남녀 강제 구분 규제 폐지... 부부·가족 동반 입원 허용한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가 병원 입원실의 남녀 구분을 무조건적으로 강제해 온 법령 규제를 삭제하고 부부나 직계 가족의 동반 입원을 허용하기로 결정하다. 이번 개정은 의료 현장의 비효율을 개선하고 국민의 간병 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하기 위한 조치다.

보건복지부는 병원 입원실을 남녀별로 구별하여 운영하도록 강제해 온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부부나 가족이 같은 병실을 쓸 수 있는 길을 열다. 현행 제도가 가진 현실과의 괴리를 바로잡아 일상 속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병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개정안은 오는 7월 6일까지 국민 의견 수렴 기간을 거쳐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 제35조의2는 입원실을 남녀별로 철저히 구별하여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의료기관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왔다. 이를 위반하는 의료기관은 1차 시정명령에 이어 2차 위반 시 영업정지 15일이라는 무거운 행정처분을 감수해야 했다. 이러한 일률적 규제는 가족 단위 환자들이 별도 병실을 사용해야 하는 불편을 초래하며 간병 인력 이중 배정 등 경제적 낭비를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번 규제 개선의 단초는 지난 2025년 4월 광주광역시에서 제기된 부부 및 직계 가족의 동반 입원 허용 건의에서 시작되다. 정부 조사 결과 일부 병원에서는 이미 부부가 2인실을 함께 쓰거나 어린이병원의 다인실을 보호자 편의를 위해 남녀 구분 없이 운영하는 등 법령과 현장의 괴리가 확인되다. 법령이 현실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의료 현장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판단이 규제 폐지로 이어지다.

정부는 규제를 폐지하되 무분별한 남녀공용 병실 운영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구체적인 행정 지침을 병행하다. 성인 환자의 경우 입원실 구분을 원칙으로 유지하되 2인실에 한해 부부나 가족의 동반 입원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어린이병실과 중환자실은 환자의 특성과 진료의 긴급성을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남녀 구분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세부 기준을 마련하다.

보건복지부 신현두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이번 개정은 병상 효율화보다는 실제 병원을 이용하는 국민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밝히다. 신 과장은 이어 "일부에서 우려하는 무분별한 남녀공용 병실 이용을 차단하기 위해 지자체와 의료계에 명확한 안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하다. 정부는 이를 통해 환자의 인권과 진료의 편의성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병실 남녀 구분 폐지가 환자의 프라이버시 침해나 성 관련 사고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다. 특히 다인실 운영에 있어 병원 측이 수익성을 이유로 혼성 병실 운영을 남용할 경우 환자들의 거부감이 커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다. 이에 대해 정부는 자율 운영을 원칙으로 하되 행정 지침 위반 시 사후 관리를 강화하여 부작용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환자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의약품 안전성 확인 시스템(DUR)의 보완 대책도 함께 담기다. 전산망 마비 등 불가피한 사유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을 경우 의사와 치과의사는 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대체 방법으로 의약품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이때 시스템 미사용 사유와 확인 내역을 의무적으로 기록·보관하게 하여 약물 부작용 예방의 공백을 원천 차단하다.

의료기관 개설 단계에서의 법적 확인 절차도 한층 깐깐하게 정비되어 행정의 투명성을 제고하다. 시장, 군수, 구청장이 의료기관 개설 신고를 수리할 때 해당 법인이 주무관청으로부터 정관 변경이나 설립 허가를 받았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의무화되다. 이는 부적격 법인의 의료시장 진입을 사전에 차단하고 의료 서비스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적 장치로 풀이된다.

정신병원의 진료 환경 개선을 위해 한의과 진료 과목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되다. 앞으로 모든 정신병원은 한방내과, 사상체질과, 침구과 등 5개 과목을 기본적으로 설치할 수 있으며 특정 전문과목 운영 시 설치 범위가 더욱 확대되다. 이는 정신질환 치료에 있어 양·한방 협진 체계를 구축하고 환자들에게 폭넓은 치료 선택권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다.

병원 내 감염 예방을 전담하는 감염관리실 인력의 교육 기준은 실무 중심으로 내실화되다. 기존에 감염관리 경력 3년 이상인 자에게 부여하던 교육 면제 특례를 삭제하고 정기적인 보수 교육을 의무화하여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하다. 관련 교육 내용과 이수 시간 등 세부 사항은 질병관리청장이 정하며 교육 기준 개정은 현장의 준비 기간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적용되다.

이번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공포 즉시 시행되며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순차적 적용을 통해 현장의 혼란을 방지하다. 감염관리실 교육 기준은 9월 1일부터, 의약품 정보 확인 절차는 12월 24일부터 각각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선이 의료 현장의 법치 질서를 확립하고 국민 중심의 의료 환경을 조성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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