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의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73.7%의 찬성률로 최종 가결되었으나, 투표권에서 배제된 제3노조인 동행노조가 ‘합의안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법적 공방에 나섰다. 이번 소송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노조 간 공정대표 의무 위반 여부와 부문별 성과급 격차에 따른 내부 분열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가 도출한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를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수 노조의 법적 반발로 인해 경영 현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비반도체 부문인 디바이스경험(DX) 직원들이 주축이 된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은 기존에 제기했던 투표 중지 가처분 신청의 취지를 잠정합의안 효력 정지로 변경하여 법원에 제출했다. 이는 투표 절차가 이미 종료된 상황에서 실질적인 합의안 집행을 저지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수원지법 민사31부 심리로 열린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에서 동행노조 측은 이번 찬반투표 과정에서 특정 노조와 그 소속 조합원들이 배제된 근거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 대리인은 이번 배제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인지, 혹은 교섭 대표 노조인 초기업 노조가 재량권을 남용하여 노조법상 공정대표 의무를 위반한 것인지에 대해 사법부의 엄중한 판단을 요청했다. 이는 노동조합법 제29조에 명시된 소수 노조에 대한 차별 금지 원칙을 근거로 삼은 것이다.
동행노조는 단체교섭 공동교섭단 참여 종료를 통보한 사실은 있으나, 이것이 투표권 박탈로 이어지는 탈퇴 효력을 발생시켰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교섭 대표 노조로부터 탈퇴에 대한 공식적인 수락 답변을 받지 못했으며, 사용자 측에도 탈퇴 사실이 공식 통지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설령 탈퇴 효력이 발생했더라도 소수 노조를 투표 절차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공정대표 의무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이번 갈등의 핵심 이면에는 반도체(DS) 부문과 비반도체(DX) 부문 간의 극심한 성과급 격차가 자리 잡고 있어 노노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고 있다. 가결된 합의안에 따르면 DS 부문 직원들은 연봉 1억 원 기준 최소 2억 1천만 원에서 최대 6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수령하게 된다. 반면 DX 부문 직원들은 600만 원 상당의 자사주를 받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내부적인 형평성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초기업 노조 측은 동행노조가 잠정합의 이전에 이미 공동교섭단에서 스스로 이탈했기 때문에 투표 권한이 부여되지 않은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교섭의 효율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간 노조에게까지 투표권을 부여할 법적 의무는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대형 노조와 소수 노조 간의 이러한 입장 차이는 향후 법원의 가처분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 노사 관계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법조계와 노동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개별 기업의 임금 협상을 넘어 노동법상 공정대표 의무의 범위를 재정의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동행노조 측 변호인은 심문 과정에서 "탈퇴 이후에도 채무자 측에 투표 절차 참여를 요청했음에도 아무런 이유 없이 배제한 것은 명백한 절차적 하자"라고 강조했다. 전문가 인용을 통해 확인된 바에 따르면 "소수 노조의 단체교섭권과 투표권은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의 핵심적 요소로서 다수 노조의 재량권보다 우선시될 여지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동행노조는 이번 가처분 신청의 결과와 관계없이 투표 무효 확인 소송을 포함한 본안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잠정합의안이 가결되었다고 해서 노사 간 갈등이 종결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법적인 장기전으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성과급 격차에서 비롯된 DX 부문 직원들의 소외감과 투표권 배제라는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결합하면서 삼성전자 내부의 조직 결속력은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향후 삼성전자는 합의안 가결에 따른 후속 조치를 진행하는 동시에 법원의 가처분 판단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만약 법원이 동행노조의 손을 들어줄 경우 이미 가결된 임금협상안의 효력이 정지되면서 노사 관계는 극심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장 질서와 법치주의 관점에서 이번 사태는 노조 간 공정 경쟁과 소수 권익 보호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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