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을 대리하면서 재판에 세 차례나 출석하지 않아 소송을 패소로 몰아넣은 권경애 변호사가 피해자 측에 6천5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하급심에서 인정되지 않았던 9천만 원의 약정금 청구 부분도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해 권 변호사가 부담해야 할 총 배상액은 1억 5천만 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이번 판결은 법률 전문가의 중대한 과실이 의뢰인의 재판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했다는 사법부의 엄중한 판단을 재확인한 결과다.
대법원 1부는 학교폭력 피해로 숨진 고(故)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기철 씨가 권 변호사와 소속 법무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의 일부를 깨고 서울중앙지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권 변호사 측의 위자료 6천500만 원 배상 책임은 이번 판결로 최종 확정되었으나, 2심에서 기각됐던 약정금 9천만 원 지급 의무에 대해 대법원이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심리가 재개될 예정이다. 이는 법률 전문가로서의 처분 문서 작성 능력을 고려할 때, 명시되지 않은 조건을 임의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를 적용한 것이다.
사건의 쟁점이 된 9천만 원의 약정금은 권 변호사가 자신의 과실로 패소한 사실을 뒤늦게 알리며 유족 측에 지급하기로 약속했던 금액이다. 앞서 2심 재판부는 해당 약정이 '언론 기사화 금지'를 조건으로 한 합의였으나 유족 측이 이를 어겼다고 보아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행각서에 약정금 지급의 조건이 전혀 명시되어 있지 않으며, 지급 조건의 존재 여부를 의심할 만한 문언도 기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피고가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라는 점에 주목하여 처분 문서의 엄격한 해석 원칙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로서 처분 문서 작성의 의미와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지급 조건을 이행각서의 내용으로 하기로 합의했음에도 이를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은 단독으로 이 씨에게 항소심 수임료의 절반인 220만 원을 별도로 배상해야 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이번 소송의 발단은 2015년 학교폭력으로 숨진 박 양의 유족이 가해자들과 서울시 등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비롯됐다. 권 변호사는 2022년 9월부터 11월 사이 항소심 재판에 3회 연속 불출석하여 민사소송법에 따라 소 취하 간주 및 전부 패소를 초래했다. 특히 권 변호사는 패소 사실을 5개월간 유족에게 알리지 않아 유족이 상고할 기회마저 박탈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공분을 샀다.
판결 선고 이후 유족 이기철 씨는 취재진 앞에서 약정금 부분의 파기환송을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씨의 대리인은 "유족의 응어리가 풀리지 않는 것은 권 변호사가 법원과 변협에 너무 많은 거짓 해명을 했기 때문"이라며 "권 변호사는 지금이라도 솔직히 잘못을 고백하고 유족에게 사죄를 드리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유족 측은 권 변호사의 불성실한 변론이 헌법상 보장된 재판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 변호사 측은 이행각서에 명시하지 않았을 뿐 기사화 금지는 약정금 지급의 묵시적 합의 사항이었다고 주장하며 방어권을 행사해 왔다. 1심과 2심 재판부 역시 학교폭력 소송 자체에서 승소했을 개연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는 일부 기각한 바 있다. 이는 변호사의 과실과 별개로 실제 소송 결과에 미친 영향력을 법리적으로 엄격히 따져야 한다는 신중론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향후 파기환송심에서는 9천만 원의 약정금 지급 의무 여부를 두고 권 변호사의 법적 책임 범위가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유족 측은 별도로 진행 중인 학폭 소송 기일 지정 신청 사건에서 권 변호사를 증인으로 세워 불출석 경위를 규명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정직 1년의 징계를 받았던 권 변호사의 이번 사례는 향후 변호사의 직무 유기에 대한 손해배상 산정 기준을 확립하는 주요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변호사의 전문성과 윤리적 책임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법률 대리인이 소송 절차를 해태하여 의뢰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힌 경우, 단순한 위자료를 넘어 약정된 금액에 대해서도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대법원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약정금 지급 조건을 어떻게 재해석할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이기철 씨는 만약 학폭 소송 기일 지정 신청이 기각되어 소송 종료가 선언된다면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는 재판받을 권리가 변호사의 과실로 인해 원천적으로 차단된 상황에 대한 헌법적 판단을 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사법 신뢰를 저해하는 '재판 노쇼' 사건에 대한 최종적인 법적 단죄가 어떤 형태로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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