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딥페이크·관권선거 의혹에 얼룩진 경남지사 대결... 김경수·박완수 법적 공방 격화

김영 기자
딥페이크·관권선거 의혹에 얼룩진 경남지사 대결... 김경수·박완수 법적 공방 격화
©연합뉴스

 

경남지사 선거가 사전투표 첫날부터 인공지능(AI) 기술을 악용한 불법 영상 제작과 공무원 개입 의혹으로 번지며 법적 소송전으로 치달았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 측은 국민의힘 박완수 후보 캠프의 조직적 개입을 주장하며 사퇴를 요구했고, 박 후보 측은 이를 일방적 주장에 근거한 정치공세로 규정하며 전면 부인했다.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선거 결과는 물론 지역 정계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경남지사 선거가 사전투표 시작과 동시에 인공지능 기술을 악용한 불법 선거운동과 관권선거 의혹이라는 유례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6·3 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29일, 경남도청에서는 양측 후보 캠프가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딥페이크 영상 제작 및 유포 의혹을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캠프 간의 기싸움을 넘어 첨단 기술이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현실화하며 법치주의적 관점에서의 엄격한 잣대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박완수 후보 캠프 관계자가 상대 후보를 비방하기 위해 딥페이크 기술을 조직적으로 활용했는지 여부에 있다. 앞서 JTBC는 박 후보 캠프에서 근무했던 직원의 폭로를 인용하여 김경수 후보를 비난하는 AI 가짜 영상을 제작하고 유포했다는 정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과거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소재로 제작되었으며, 캠프 공식 채널이 아닌 비공식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은밀히 유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로 나선 전직 캠프 직원은 구체적인 제작 경위와 경남도청 공무원의 개입 정황을 폭로하며 사태를 확산시켰다. 이 직원은 지난 4월 말 영상 여러 편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경남도청 공무원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았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긴밀히 소통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은 물론, 국가 행정 조직이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에 동원되었다는 관권선거 의혹으로 직결되는 대목이다.

김경수 후보 캠프는 이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박 후보의 즉각적인 사퇴를 압박했다. 허성무 총괄선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공직선거법은 선거 90일 전부터 선거운동 목적의 불법 AI 가짜 영상 제작과 유포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며 "불법임을 알고도 조직적으로 영상을 게시했다면 이는 명백한 선거범죄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 측은 이날 영상 제작 및 유포에 관여한 의혹이 있는 관련자 5명을 경남경찰청에 고발하며 법적 대응의 수위를 높였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이번 사안을 단순한 선거 공방을 넘어선 헌법적 가치의 훼손으로 보고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진보당 경남도당과 경남진보연합 등은 성명을 통해 AI를 활용한 가짜 영상이 민주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수사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이들은 최종 책임자인 박 후보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며 선거관리위원회의 신속한 판단을 촉구했다.

박완수 후보 측은 캠프 차원의 조직적 개입을 전면 부인하며 제보자의 개인적 일탈과 정치적 배후설을 제기했다. 유해남 수석대변인은 반박 회견에서 "캠프가 불법 영상을 조직적으로 제작하거나 지시한 바 없으며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그는 제보자의 주장이 일방적이며, 선관위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불법으로 몰아가는 것은 전형적인 정치 공세라고 비판했다.

공무원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도 박 후보 측은 해당 인사가 당시 정무직 신분이었음을 강조하며 법적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박 후보 캠프는 제보자가 오히려 김경수 후보 측 인사와 채용 건으로 접촉한 정황이 담긴 SNS 내용을 확보했다고 주장하며 사건의 본질이 왜곡되었다고 맞받았다. 이는 제보의 순수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으로, 향후 수사 과정에서 제보 경위와 배후 관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임을 시사한다.

경남선관위는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관련자 소환 조사 등 강도 높은 사실관계 확인 작업에 착수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달 초 제보를 접수하여 딥페이크 영상 제작 여부와 공무원 관여 여부를 파악하는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번 사안이 공직선거법과 지방공무원법 위반 소지가 다분한 만큼, 확보된 증거 자료와 진술을 토대로 위법성 여부를 엄밀히 가려낼 방침이다.

박 후보 캠프는 해당 의혹을 제기한 직원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적극적인 방어 논리를 펼치고 있다. 유 대변인은 "해당 직원은 캠프에서 일주일 정도 근무하다 나간 사람으로, 그의 말은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반론은 선거 국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내부 폭로의 정치적 의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과 맞닿아 있으며, 기계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사 당국의 과제로 남았다.

이번 사태는 향후 선거에서 AI 기술 활용의 법적 경계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범위를 재확립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기술의 발전이 선거 전략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나, 그것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여론을 왜곡하는 도구로 전락할 경우 시장 질서와 민주적 절차는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 유권자들은 사전투표 기간 동안 쏟아지는 자극적인 의혹들 사이에서 팩트에 기반한 냉철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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