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600억 통일교 도박 수사 무마 의혹, 윤희근 전 청장 압수수색으로 윗선 정조준

김영 기자
600억 통일교 도박 수사 무마 의혹, 윤희근 전 청장 압수수색으로 윗선 정조준
©연합뉴스

 

권창영 2차 종합 특별검사팀이 통일교 원정도박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윤희근 전 경찰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특검은 윤 전 청장의 주거지와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하며 경찰 수뇌부와 정치권의 결탁 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물증 확보에 나섰다. 이번 수사는 600억 원대 해외 도박 첩보가 정식 수사로 이어지지 않고 묵살된 과정에서 발생한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권창영 종합 특별검사팀은 통일교 수사 무마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윤희근 전 경찰청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전격 실시했다. 특검팀은 지난 28일 윤 전 청장의 주거지 및 휴대전화 등을 확보하여 당시 경찰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복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윤 전 청장은 현재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어 특검의 직접적인 수사 대상이 됐다.

특검은 한학자 총재를 비롯한 통일교 간부진이 과거 해외에서 벌인 대규모 원정도박 첩보가 조직적으로 은폐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통일교 측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약 600억 원 규모의 도박을 했다는 구체적인 제보를 입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해당 첩보는 정식 수사로 전환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수사 기밀이 정치권으로 유출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수사 무마가 이뤄진 시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윤 전 청장이 초대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2022년 7월경으로 의심받고 있다. 당시 춘천경찰서는 통일교 내부자로부터 한 총재가 신도들의 헌금을 이용해 해외 도박을 즐긴다는 제보를 받고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다. 특검은 이 시기에 경찰 수뇌부가 정권 실세와의 교감을 통해 수사 확대를 차단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춘천경찰서가 작성한 첩보 보고서는 당시 경찰 내부 시스템에서 중요도 최상위 등급인 '별보'로 분류되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별보 등급은 사안의 중대성이 매우 높아 즉각적인 수사 착수가 필요한 경우에 부여되는 최우선 순위 지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청 본청은 추가 증거가 부족하다는 명분을 내세워 해당 사건을 정식으로 배당하지 않고 보관 처리했다.

현장에서 첩보를 수집했던 경찰관은 법정 증언을 통해 당시 수사 지휘부의 결정이 매우 이례적이었음을 시사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경찰관은 한 총재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제보자가 추가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했음에도 사건이 보관 처리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였다"고 진술했다. 이러한 증언은 경찰 내부의 정상적인 수사 절차가 외부의 압력이나 부당한 지시에 의해 왜곡되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통일교 측이 경찰의 내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한 정황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포착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지인과 나눈 대화 기록에는 최고위직으로부터 압수수색 가능성을 전달받았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경찰의 인지수사 사실을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리는 정권 핵심 관계자가 알려주었다는 구체적인 언급까지 등장하여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진행된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수사에서는 정보 유출의 중간 고리 역할을 한 인물들에 대한 기소가 일부 이루어졌다. 당시 특검은 경찰 첩보를 주고받은 권성동 의원과 한학자 총재 등을 재판에 넘겼으나 경찰 수뇌부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밝혀내지 못했다. 이번 2차 종합 특검은 1차 수사에서 미진했던 경찰 내부의 정보 유출 경로와 대통령실의 개입 의혹을 규명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압수수색이 과잉 수사라는 비판과 함께 경찰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경찰 내부 관계자들은 당시 수사 배당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통상적인 증거 판단에 따른 결과일 뿐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명확한 물증 없이 수뇌부를 겨냥하는 것은 조직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검팀은 압수물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마치는 대로 윤 전 청장을 소환하여 강도 높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윤 전 청장을 상대로 당시 첩보 보고를 받은 경위와 수사 중단 지시 여부, 그리고 정치권 인사인 권 의원 등과의 접촉 사실을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특검은 이번 수사를 통해 경찰권력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남용된 사례가 있는지 철저히 가려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향후 수사의 향방은 압수된 휴대전화와 주거지 자료에서 경찰청과 대통령실, 그리고 정치권 사이의 연결 고리가 발견되느냐에 달려 있다. 만약 윤 전 청장의 직권남용 혐의가 입증될 경우 이는 경찰 조직 전체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민적 의혹이 집중된 사안인 만큼 특검은 팩트 중심의 무결한 수사를 통해 사법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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