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에너지 안보 지형 바꾼다… 韓, 카자흐 원유 1800만 배럴 확보 및 첨단기술 동맹 강화

김영 기자
에너지 안보 지형 바꾼다… 韓, 카자흐 원유 1800만 배럴 확보 및 첨단기술 동맹 강화
©연합뉴스

 

정부가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세계 12위 원유 생산국인 카자흐스탄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며 원유 1,800만 배럴 도입의 실질적 토대를 마련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현지 고위급 면담을 통해 에너지와 핵심광물은 물론 원전, AI 등 첨단 산업 전반에 걸친 실질적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행보는 오는 9월 서울에서 개최될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앞두고 양국 간 경제·안보 결속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카자흐스탄을 방문하여 현지 핵심 당국자들과 연쇄 면담을 갖고 에너지 안보 및 공급망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확정했다. 위 실장은 로만 스클랴르 카자흐스탄 대통령실 행정실장과 기자트 누르다울레토프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총장을 잇달아 만나 중동 정세 불안에 대응한 에너지 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양국은 이번 면담을 통해 에너지 분야를 넘어 핵심광물, 원전,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 기술 분야까지 협력의 지평을 넓히는 데 뜻을 모았다.

한국의 에너지 공급원 다변화 전략에서 카자흐스탄은 중동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핵심적인 전략 파트너로 평가받는다. 위 실장은 면담에서 중동 상황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을 언급하며 세계 12위 원유 생산국인 카자흐스탄과의 긴밀한 공조가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특히 지난 4월 한국 특사단이 방문했을 당시 논의된 카자흐스탄산 원유 도입의 후속 조치를 점검하며 원활한 공급 체계 구축을 위한 카자흐스탄 측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정부는 이미 지난 4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을 특사로 파견하여 카자흐스탄으로부터 원유 1,800만 배럴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당시 강 실장은 토카예프 대통령에게 이재명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며 양국 간 전략적 경제 협력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번 위 실장의 방문은 당시 확보한 원유 물량의 안정적인 도입 경로를 확정하고 실제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행정적·물류적 걸림돌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실무적 결단으로 해석된다.

에너지 협력의 범주는 단순한 원유 도입에 그치지 않고 핵심광물과 원전 등 국가 전략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위 실장은 원유와 가스 등 전통적 에너지원 외에도 차세대 산업의 쌀로 불리는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과 원전 건설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카자흐스탄 측은 한국의 우수한 원전 기술력과 AI 등 첨단 기술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며 실질적인 기술 교류와 공동 프로젝트 추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안보와 국방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 역시 이번 고위급 면담의 주요한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누르다울레토프 사무총장은 방산과 국방정보, 인적 교류를 포함한 국방 전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한국 측은 이에 대응하여 긴밀한 소통 채널을 가동하기로 약속했으며 이는 중앙아시아 지역 내 한국의 외교적 영향력과 방산 수출 저변을 넓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한국 기업들의 현지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과 투자 환경 개선에 대한 논의도 심도 있게 진행되었다. 스클랴르 행정실장은 최근 기아자동차가 중앙아시아 최대 규모의 생산 공장을 준공하는 등 한국 기업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위 실장은 현지 주요 국가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우리 기업들에 대한 카자흐스탄 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으며 카자흐스탄 측은 양호한 투자 환경 제공을 약속했다.

일각에서는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특수성과 물류 경로의 복잡성으로 인해 에너지 도입의 비용 효율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러시아와 중국 등 주변 강대국과의 관계 설정에 따라 공급망의 안정성이 가변적일 수 있다는 점은 정부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실익이 물류 비용 상승의 기회비용보다 크다는 것이 시장과 전문가들의 지질적인 분석이다.

위성락 실장은 이번 협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중동 상황에 따라 에너지 가격 불안이 지속 중인 가운데 카자흐스탄은 우리의 에너지 공급원 다변화를 위한 주요 협력 대상국"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9월로 예정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방한이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결정적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국은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대통령실 간 직통 소통 채널을 즉각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향후 양국은 9월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경제와 안보를 결합한 포괄적 동맹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할 계획이다. 청와대는 이번 방문을 통해 양자 관계 발전의 강력한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이는 단순한 자원 외교를 넘어선 국가 전략적 연대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카자흐스탄과의 협력 모델을 중앙아시아 여타 국가로 확대 적용하여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새로운 경제 안보 지도를 그려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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