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에너지 및 산업 정책 전문가인 정승일 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지주사 ㈜SK의 미래성장담당 사장으로 전격 영입한다. 정 전 차관은 다음 달 1일자로 신설 보직에 임명되어 반도체와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전력 공급 및 글로벌 공급망 관리 체계를 직접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SK그룹이 에너지와 자원 분야에서 독보적인 전문성을 쌓아온 정승일 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지주사 핵심 경영진으로 수혈하며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다. 재계에 따르면 정 전 차관은 오는 6월 1일부터 ㈜SK 내에 새롭게 마련된 미래성장담당 사장직을 맡아 그룹 전반의 전략 수립에 참여한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관료 출신 영입을 넘어, AI 및 반도체 산업의 성패를 가르는 안정적인 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그룹 차원에서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 신임 사장은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산업부에서 반도체전기과장, 에너지자원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경제 관료다. 이후 한국가스공사 사장과 산업부 차관을 거쳐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역임하며 국가 에너지 정책의 설계와 집행을 모두 경험했다. 공직을 떠난 이후에도 삼성전기 사외이사와 사우디전력공사(SEC) 사외이사 등을 맡으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민간 산업 현장의 접점을 넓혀왔다.
SK그룹과의 인연은 올해 1월 SK하이닉스 고문으로 합류하며 본격화되었으며, 지난 5개월간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전력 공급망 최적화 작업을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 지주사에서 그룹 전체의 미래 먹거리를 조율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규모 전력 수급이 필요한 핵심 사업장에서 그의 정책적 식견과 네트워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는 'AI 시대의 4가지 근육(생각·공감·적응·바디스킬)'을 키우기 위해 그룹 포트폴리오의 대대적인 재편을 추진 중이다. AI 반도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데이터 센터 가동을 위한 막대한 전력 수요가 발생하면서, 에너지 전문가의 경영 참여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되었다. 정 사장은 산업부와 한전에서의 경험을 살려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 담론 속에서 SK의 효율적인 에너지 수급 모델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정승일 사장의 영입은 기술적 우위를 넘어 에너지와 공급망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경영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관리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관료 출신의 정무적 판단력과 공기업 수장을 지낸 경영 능력이 결합되어 SK의 미래 사업 추진에 강력한 추진력이 실릴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기업이 국가 정책 기조와 발맞추면서도 시장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하는 시점에 적절한 인사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고위 관료 출신의 민간 기업행에 대해 공정성이나 전관예우 측면에서의 비판적 시각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국가 대항전 양상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민관을 아우르는 전문가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이 이러한 우려를 상쇄하고 있다. 법치와 시장 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전문가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 제고는 물론 국가 경제 발전에도 기여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 사장의 합류를 기점으로 SK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은 보다 구체화되고 실행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와 에너지라는 그룹의 양대 축을 연결하는 시너지 창출에 집중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정 사장은 지주사 사장으로서 관계사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번 인사는 SK온의 이석희 대표 사임과 이용욱 원톱 체제 전환 등 그룹 내 인적 쇄신 분위기와도 맞물려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SK는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등용하며 조직의 유연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승일 사장의 행보는 향후 SK가 그리는 미래 산업 지형도에서 에너지 안보와 기술 혁신이 어떻게 결합될지를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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