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당시 시공사가 붕괴 징후인 지반 침하를 확인하고도 이를 축소 보고하여 승객을 태운 열차 59대를 위험에 노출시킨 사실이 밝혀졌다. 국토교통부는 시공사인 흥화와 발주처 서울시를 대상으로 철도안전법 위반 여부에 대한 고강도 조사에 착수했다. 사고 당일 현장에서는 2.9cm의 단차가 발생했으나 안전 보고 체계는 사실상 마비된 상태였다.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현장의 안전 관리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정황이 구체적인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시공사인 흥화는 사고 당일 새벽에 이미 교량 상판의 붕괴 조짐을 알리는 지반 침하를 포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계 당국에 정상적으로 보고하지 않았다. 이러한 안전불감증은 결국 대형 사고로 이어졌으며 공공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발주처 서울시의 관리 감독 부실 문제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이 확보한 철도운행안전협의서에 따르면 시공사 흥화는 사고 당일인 지난 26일 오전 8시 18분경 서울역을 방문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안전 협의를 진행했다. 이는 당일 새벽 2시 30분경 서소문 고가 철거 현장에서 2.9cm 수준의 침하가 발생하여 공사가 중단된 지 약 6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흥화 측은 고가차도에 대한 추가 진단 작업을 승인받기 위해 코레일을 찾았으나 핵심적인 위험 사실은 누락했다.
철도운행안전협의는 선로와 인접한 구역에서 작업을 진행할 때 시공사가 시간과 장소, 구체적인 사유를 보고하고 코레일의 승인을 받는 필수적인 법적 절차다. 그러나 흥화는 사고 당일 협의서에서 해당 안전진단 작업을 위험도가 낮은 '위험지역 외 작업'인 일상작업으로 분류하여 보고했다. 작업 사유란에도 2.9cm의 단차 발생 사실을 명시하지 않은 채 슬래브 전도방지 설치라고만 기재하여 상황의 심각성을 은폐했다.
철도 당국은 고가차도의 붕괴 가능성이 제기된 시점이라면 마땅히 일상작업이 아닌 차단작업으로 보고했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차단작업은 열차 운행을 전면 통제한 상태에서 실시되는 고위험 작업군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흥화가 이를 일상작업으로 보고하면서 협의서상의 주요 안전 조치 항목들은 모두 필요 없음으로 처리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구체적으로 협의서 내 '작업 전 확인 사항' 중 사용중지 대상 확인과 지장열차 확인, 인접역장 통보 등 핵심적인 안전 고리들이 모두 마이너스 기호로 표시되어 생략되었다. 사용중지는 열차 운행을 일시적으로 차단하거나 신호 보안장치를 멈추는 중대한 조치다. 지장열차 확인 역시 운행 중인 열차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는 절차이나 보고 누락으로 인해 이 모든 방어 기제가 무력화되었다.
이러한 보고 체계의 왜곡은 심각한 인명 사고의 위협으로 직결되었다. 사고 당일 오전부터 붕괴 직전까지 해당 고가 아래 철로를 통과한 열차는 무려 59대에 달했다. 수천 명의 승객이 탑승한 열차들이 붕괴 위험이 고조된 교량 아래를 무방비 상태로 지나간 셈이다. 현장 관계자들 사이의 안이한 판단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서울역 관계자가 협의서 비고란에 이례사항 시 통보 철저와 작업 안전수칙 교육이라는 문구를 수기로 적어 넣으며 주의를 당부했으나 이 또한 묵살되었다. 협의가 완료된 오전 8시 18분부터 실제 사고가 발생한 오후 2시 33분까지 약 6시간 동안 단차 발생과 관련한 어떠한 추가 통보도 코레일 측에 전달되지 않았다. 현장의 보고 누락이 의도적인 은폐였는지 혹은 단순 과실이었는지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태를 엄중히 인식하고 흥화와 서울시 등을 대상으로 철도안전법령 위반 여부를 정밀 조사할 방침이다. 철도안전법 시행령에 따르면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는 철도보호지구 내에서의 행위를 신고해야 하는 법적 주체인 작업 신고인에 해당한다. 작업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보고하거나 위험 징후를 은폐한 행위는 법치주의적 시장 질서를 흔드는 중대한 위법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사고 현장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큰 공사 현장에서는 안전 점검이 수시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전제했다. 그는 이어 "코레일에 단차 발생을 보고해야 한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으나 안전진단을 마친 후 그 종합적인 결과를 전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해명했다. 이러한 해명은 현장의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철도업계의 한 전문가는 "사고 지점이 유동 인구가 극도로 많은 곳은 아니라는 점 때문에 현장에서 위험을 지나치게 안이하게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안전 시스템이 현장 인력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적 결함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라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는 보고 공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강제적인 안전관리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철도안전법에 의거하여 안전관리체계를 점검하고 사고 예방을 위한 수시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검사 결과 위법 사항이나 체계상의 결함이 발견될 경우 즉각적인 시정조치와 함께 행정 처분이 내려질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복구 작업을 우선 마무리한 뒤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합동으로 철도 안전관리체계의 작동 여부를 전면 검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수사 및 조사 과정에서는 시공사와 발주처 간의 책임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법치와 원칙에 따른 공사 현장의 질서 확립을 위해서는 보고 누락과 허위 보고에 대한 엄중한 책임 추궁이 불가피하다. 이번 서소문 고가 붕괴 사고는 단순한 건설 사고를 넘어 대한민국 철도 안전 행정의 허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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