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 거점을 둔 로맨스스캠 조직에서 미모의 여성인 척 피해자들을 유인해 27억 원을 가로챈 3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조직적 금융 범죄의 심각성을 고려해 피고인에게 무거운 죄책을 물었으며 범죄 수익 1,800만 원에 대한 추징도 함께 명령했다.
캄보디아에서 연애 빙자 사기인 이른바 '로맨스스캠' 조직의 핵심 유인책으로 활동하며 수십억 원을 편취하는 데 가담한 30대 남성이 사법부의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1부(김국식 부장판사)는 전기통신 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과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피고인 A(39)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해외에 거점을 두고 진화하는 신종 금융 범죄 조직에 가담한 개인에게도 조직 전체의 범죄 규모에 상응하는 강력한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피고인 A씨는 2024년 10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약 6개월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에 미모의 여성 사진을 게시한 뒤 불특정 다수의 남성에게 접근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그는 피해자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친밀감과 호감을 쌓은 뒤 본색을 드러내어 각종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소위 '여행 미션'이라는 허위 사이트 가입을 권유하며 유료 미션을 수행할 경우 원금과 수익금은 물론 호텔 숙박권까지 받을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기망했다.
이러한 수법에 속아 넘어간 피해자들은 조직이 관리하는 이른바 '대포 통장'으로 거액을 입금했으나 약속된 수익금이나 원금은 전혀 돌려받지 못했다. A씨가 소속된 조직은 이 기간에만 총 209명의 피해자로부터 약 27억 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고인은 단순히 돈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숙박 시설을 저렴하게 임차해 여행객을 유치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식의 거짓 투자 정보를 흘려 추가적인 피해를 양산하기도 했다.
범행의 시작은 국내에서의 평범한 구직 활동 중 접한 잘못된 정보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기본급 월 300만 원에 성과급을 별도로 지급한다는 여행 관련 일자리 제안에 혹해 베트남을 거쳐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그러나 현지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로맨스스캠 조직의 숙소였으며 A씨는 그곳에서 체계적인 범행 수법을 교육받은 뒤 본격적인 유인책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해외 취업을 빙자한 범죄 조직의 전형적인 모집 수법에 걸려든 셈이다.
조직 생활의 실상은 피고인이 기대했던 고수익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수익의 5~2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범행에 매진했으나 실제로 손에 쥔 성과급은 전무했다. 조직에서 지급한 월급 역시 캄보디아 현지에서의 식비와 생활비 등으로 모두 소진되어 실질적으로 축적한 재산은 미미했다. 재판부는 A씨가 6개월간 수령한 약 1,800만 원을 범죄 수익으로 특정하고 이를 전액 추징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전기통신 금융사기가 갖는 사회적 해악을 강하게 질타했다. 재판부는 "전기통신 금융사기 범행은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조직적이고 지능적인 범죄로서 사회에 지속해서 심각한 폐해를 끼치고 있어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이러한 범죄 구조에서 필수적인 유인책 역할을 수행하며 금전 편취에 적극적으로 가담했으므로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법부는 피고인이 범행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과 직접 유인한 피해자의 수와 금액이 조직 전체 규모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점을 참작했다. 또한 피해자 29명에게 피해액의 일부를 지급하고 합의에 이른 점 등도 양형의 유리한 요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러한 참작 사유에도 불구하고 조직적 범죄 가담에 따른 엄벌을 피하기에는 부족했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해외 취업 사기와 결합된 로맨스스캠 범죄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법률 전문가는 "해외에서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광고는 대부분 범죄 조직의 유인책일 가능성이 높으며 일단 가담하게 되면 단순 가담자라도 실형을 피하기 어렵다"고 제언했다. 피고인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이며 향후 상급심에서 법리 다툼을 이어갈 전망이다.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82892.jpg?aspect_ratio=288:168&crop_gravity=northwest&width=288)

